실종
짧은 여행을 끝나고 다시 한 주가 시작되자 그녀는 학교로 등교를 했고 자신 역시 사과농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녀를 내려주고 환하게 웃으며 손짓을 하는 그녀에게 들어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하루는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매일 자신보다 일찍 돌아와 있던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 상을 차려놨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그녀는 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전화까지 꺼져 있었다.
기석은 안절부절못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이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말없이 이렇게 늦은 적은 없었다. 자신이 몇 군데 데려다준 적은 있었지만 그 외에 지리를 잘 알고 있지 못했다.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 성급하게 행동할 수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빨리 행동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납치라도 당했다면 큰 문제였다. 그는 폰을 들어서 112 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링이 울리고 나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112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녕하세요. 그게요. 제 동생 아니 이복동생이 학교를 갔는데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안 들어와서요."
"그 동생이라는 분이 학생인가요?"
"예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예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나요?"
"무언가 이상하니까 제가 전화를 했겠죠."
"그럼 전화 거신분의 폰 번호 위치추적을 해도 되나요."
"예? 왜 제 전화의 위치추적을 하나요."
"그래야 그쪽 관할서로 접수를 해서 출동을 할 테니까요."
"그렇군요. 예 그렇게 해주세요."
전화를 끊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경파출소에서 경찰 두 명이 집 위치를 물어보더니 찾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더니 자신들은 사건을 접수만 해줄 뿐 문경경찰서의 수사과의 형사팀으로 이첩할 것이라는 말만 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혹시 밤에 들어올지 모르니 기다려보라는 말도 해주었다. 그날 밤 형사팀이라는 곳에서는 연락이 오지가 않았다. 기석은 불안해졌다. 그 순간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엄마와 옛날에 잘 알았던 사람이었다. 형사 생활을 오래 하다가 지금은 부인과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다행히 자신의 폰에 그 사람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전화를 걸었는데 10번쯤 울렸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서 끊으려고 할 때 수화기 너머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코스모스 라이프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저 기석이라고 하는데요. 혹시 기억하세요?"
"기석이?"
남자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혹시 김수진 씨 아들이니?"
"예 맞아요. 엄마는 돌아가셨지만요."
"그랬구나. 연락하지 그랬어. 김수진 씨하고는 인연이 있는 사이인데요 말이야."
"그때는 경황이 없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나에게 전화한 거야. 이 시간에 전화했다면 사과농장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아닐 것 같고 범죄나 법률적인 조언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맞아요. 이래서 엄마가 무슨 일이 생기면 아저씨에게 전화해보라고 했던 거 같아요. 저도 몰랐는데 저에게 이복동생이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문경에서 같이 살고 있는데요. 한 번도 안 늦다가 오늘 이 시간까지 안 들어오고 있어요. 폰도 꺼져 있고요."
"아하 그랬구나. 112에는 전화를 했을 테고 그나마 내일이나 되어야 형사팀에서 움직일 테니까. 걱정이 되었겠구나. 이번 달에는 일이 많이 생기네.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있었던 친구들이 며칠 전에 돌아갔는데 말이야."
"어떻게 해야 되죠?"
"돈을 달라던가 그런 전화가 온건 아니지?"
"예 그런 전화는 오지 않았어요."
"이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성폭행이나 다른 목적일 수는 있어. 아무튼 우선 갈 테니 기다려봐. 지금 살고 있는 주소를 문자로 좀 찍어줘."
문경읍은 생각보다 좁은 지역이었다. 물론 면적으로 보면 좁지는 않지만 CCTV를 확인하고 문경새재 IC와 점촌함창 IC를 중심축으로 분석할 필요성이 있었다. 차를 끌고 문경으로 향하던 남자는 이상한 뉴스를 보았다. 진남교를 과속으로 지나가던 오래된 SUV 한 대가 교각을 부딪치고 아래 영강으로 떨어졌다는 뉴스였다. 요즘에는 Talk으로 시청자 제보도 많아서 생각보다 빨리 접하기도 했다. 문경 오토캠핑장을 찾아갔던 사람 중 한 명이 그 장면을 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