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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4. 2021

계절의 변화

공주에 살던 사람들이은개나루라고불렀던은개골

저번에 공주의 은개골 유적지를 왔을 때는 조성된지도 얼마 안 되었고 계절이 봄이라서 화사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유적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더운 날 굳이 가보니 계절의 변화를 확연하게 느끼게 해주는 꽃들과 밤송이를 만나볼 수 있었다. 벌써 밤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을 보면 나무들은 벌써 자연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자연은 사람들과 달리 단순화되지 않고 정말 다양하게 바뀐다.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바이러스 역시 그렇다. 

이곳까지 왔다가 시간이 남는 분이라면 공산성으로 가는 이 길을 이용해서 한 바퀴 돌아보아도 좋다. 이곳은 골짜기가 있었는데 그 이름이 은개골이고 공산성등에서 어디로 나아갈 때 은개나무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은개골은 사적 제12호 공산성과 충남 기념물 제99호 옥녀봉성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불법 건축물 및 불법 영농시설 등으로 공산성의 역사경관을 저해하는 지역이었다가 이렇게 공주를 대표하는 여행지로 만들어졌지만 이곳까지 들어오는 길이 불편했는데 최근 입구로 들어오는 도로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지 간에  준비를 하고 바닥을 다져야 이렇게 꽃을 피울 수가 있다. 지금은 발굴된 유물들이 모두 옮겨져 있고 무엇이 발굴되었는지만 알 수 있다. 

2017년에 발굴조사를 실시해 백제시대 나무방식창고(목곽고)1동, 움집4기, 기둥식건물2기, 움터(수혈유구)2기, 고려시대 골덧널무덤(석과묘)3기, 주춧돌(초석)건물1동, 조선시대 움무덤(토광묘)1기 등 총 43기의 유구가 조사되었다고 한다.  

저곳은 발굴지가 아니라 원래 물이 흐르도록 해둔 곳이다. 이런 날씨에는 저곳에서 물이 흐르면 잠시 더위라도 식혀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벌써 말복이 지나가고 있다. 말복은 더위를 식히기 위한 보양식을 먹기로 유명한데 말복은 입추 뒤에 오기 때문에 중복과 말복 사이의 간격이 20일이 되어 초복과 말복 사이가 30일이 될 수도 있는데 이 때는 월복이라 한다. 

공주 하면 박동진 소리명창이 있어서 여러 번 공연을 본 기억이 난다. 최근 남은혜 명창이 바로 이곳 은개골 이름을 따서 은개골 아리랑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국가무형문화재 129호 아리랑 전승자로서 살고 있어 행복하다고 하기도 했다. 

이제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다. 사람도 없고 동물도 안 보이고 조용하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작은 생태공간을 만들어놓고 느티나무를 심어놓거나 버드나무를 심어놓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여기저기에서 보는 꽃들은 자세히 보면 모두 그 모습이 다르다. 자세히 보았는데 이쁘다. 때론 나비도 날아들어서 혼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은개골 역사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위쪽으로 올라가본다. 우측으로 내려와서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가다가 문득 위를 바라보니 밤이 익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제대로 알맹이가 익지 않으며 열매로서 가치가 없는 것들은 나무가 알아서 떨군다. 

그렇게 떨구어진 밤송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싹수를 본다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수서 隋書에는 백제에서 큰 밤이 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공주나 부여에 가면 밤나무가 상당히 많다. 가끔씩 두세 송이를 까먹는 재미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은개골과 공산성에 밤나무가 많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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