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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4. 2021

여름의 노성향교

여름꽃의분위기 속에생각할 수 있는 공간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조정에 나가기도 하고 자연 속에 묻혀 사는 사림이 되기도 한다. 향교는 그런 선비들을 연상시키게 하는 공간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문화를 학습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상적인 것들을 학습하고 내면화했다. 선비들 중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충청도 선비, 그들의 생활을 엿보기 위해서 노성향교를 찾아가 보았다. 1398년(태조 7)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화를 위해 창건된 노성향교에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성전·명륜당·동재(東齋)·서재(西齋)·삼문(三門) 등이 있으며 대성전에는 5성(五聖), 송조 2현(宋朝二賢),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는 붉은색의 외삼문과 붉은색의 배롱나무 꽃과 조화가 잘 어울려 보인다. 배롱나무가 반겨주는 안쪽으로 걸어서 들어가 본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있다. 진리를 향해 계속 나아가다보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에 서게 된다. 외부의 기준에 불복하고 자기 내면의 가장 깊은 본성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노성향교는 명재 윤증고택의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명재 윤증도 논산을 대표하는 유학자로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사람이다. 

노성향교와 명재고택에서는 옛집, 돌에 새기다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8월 28일과 9월 25일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진행되며 재료비는 2,000원에 참여해볼 수 있다. 

향교는 지역마다 있지만 그 규모에 따라 모시는 사람의 수가 달라진다. 노성향교의 대성전에는 5성 20현이 배향되어 잇고 은진향교와 연산향교는 5성 22현을 모시고 있다. 

충청도는 기호유학의 본산이며 논산 역시 빠질 수가 없다. 기호 유학이라고 할 때, ‘기호’(畿湖)는 경기(京畿) 지역과 호서(湖西) 지역을 합쳐 부르는 명칭이다. 호서라는 명칭은 조선 중종 때 기록에 보이며, 호(湖)는 공주의 금강을 호강(湖江)이라 했다는 설에서 유래하고 있다. 

노성향교를 잠시 돌아보고 옆에 자리한 명재 윤증고택으로 시선을 옮겨보았다. 조선 후반에 와서 배우지 않았던 사람이 양반 행세하면서 많은 문제를 만들었지만 생각하고 힘써 실천하며 깨닫는 바를 신속하고 독실하게 결연하게 행동하며 곧은 지조와 절개, 평생 기질을 연마하던 독실한 수양을 했던 사람들이 선비였다. 

마당을 거닐며 잠시 지나가는 여름의 시간을 느껴본다. 이제 곧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하는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가 온다. 

정원 속의 섬과 같은 곳에도 배롱나무꽃이 피어 있었다. 처서 때 명재 윤증도 책을 말리기 위해 마당에 널어놓지 않았을까. 네모반듯한 명재 윤증고택의 연못을 보니 주희의 원두활수가 연상된다. 


네모반듯한 연못에 거울 하나 열렸는데

하늘 빛 구름 그림자 함께 떠돌아다니네 

묻노니 어째서 그렇게 맑을 수 있는가 하니 

맑은 물 흘러나오는 근원이 있어서라 하네


목이 말라서 윤증고택에 있는 우물에 흘러나오는 물을 한 모금 마셔본다. 


"작가라는 존재는 책상에 대단히 의존한다. 광기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선 절대로 책상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책상을 꼭 잡고 매달려야 한다. 예술가에게 있어 단절은 천재성이 발현되는 순간이지만 광인에게 있어 단절은 감옥이다." - 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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