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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8. 2021

운율에물든 시간

돈암서원의돈암 문화살롱

문화는 빈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찾기 시작한다. 머나먼 과거, 과거, 현재에 있었으나 내일은 없어져서 다시 보고 싶은 것, 다시 보고 싶은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음악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예술활동 중에 하나이다. 문화와 역사, 음악 등을 만나면서 사람 사이에 이타적 대화 속에서 교유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정체성이 탄생하고 이를 통해 그 순간의 감정을 공유한다. 그것이 문화살롱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고 일부 사람들만 참여해볼 수 있는 돈암 문화살롱의 마지막이 8월 28일에 열렸다. 

살롱은 어떤 형태로도 만나볼 수 있다. 책이 주제가 되면  북살롱이 되고 음악이 되면 음악살롱이 되고 역사나 이야기가 주제가 되면 문화살롱이 된다. 전국에 서원에서는 각기 다른 주제로 문화살롱이 열리고 있었는데 돈암서원 역시 문화살롱이 4월 10일에 시작하여 8월 28일까지 4개월간의 여정을 마쳤다. 

여름이지만 생각만큼은 덥지 않아서 야외를 돌아다니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그래도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는 조금 더운 온도였다. 오래간만에 돈암서원의 응도당에 사람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까지 걸어오면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음료를 한 잔 마셔본다. 시원한 음료로 인해 문화살롱을 즐기기 위한 자세가 되었다. 자 이제 음악을 즐기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다. 

응도당의 구조물을 오래간만에 다시 살펴보았다. 사방의 기둥에 문구들이 새겨져 있다. 다양한 문구 속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 지역 예술인들이 논산과 대전의 소시민들이 극도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으며, 코로나 블루로 어려움을 겪는 작금의 시대의 이러한 행보는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창이 모두 개방된 상태에서 이런 구조를 좋아하는 편이다. 기둥과 기둥 사이로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을 보면서 잠시 걸터앉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원래의 살롱은 미술가들의 작품 전시를 의미하는 행사였으나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해금을 연주하시는 분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해금소리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가야금이 연상되었다. 피아노와의 협주곡이었지만 가야금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활시위에 송진을 칠하여 유현과 중현 사이를 마찰하여 소리를 내는데 그 울림이 피아노의 공명보다 가야금의 공명이 연상시킨다고 해야 할까. 

이어 소프라노의 공연도 이어졌는데 소리의 울림이 좋은 예술인이었다. 해금은 두루 미치는 그런 악기로 편백 되지 않았으며 악기계의 감초라서 사람의 목소리와도 잘 어울린다. 

모든 분의 합주가 마지막으로 이날 돈암 문화살롱의 연주가 마무리가 되었다. 익숙하게 들었던 음악들이 귓가에 맴돌면서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이끌어냈다. 

연주가 끝나고 돈암서원의 정회당을 잠시 들러보았다. 1557년 김계휘가 정회당을 건립하고 강학 활동을 하였고, 이후 1634년, 김계휘의 아들인 사계 김장생의 학문과 공덕을 기리기 위해 정회당 자리에 돈암서원이 건립되었다.

공연을 끝내고 모인 분들이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지금의 모습은 내일이 되면 과거로 기억되겠지만 잠시나마의 인연을 통한 이 순간이 언젠가는 다시 연출될지도 모른다. 창의력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은 불안하고 때론 견디기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신성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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