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행방
"어떻게 하다가 저 아래로 떨어진 거야."
"이 다리는 구도로라서 매운탕집 가는 사람들 아니고는 잘 이용 안 하는데 말이야."
"차가 저렇게 뒤집어졌으니 크게 다쳤거나 죽었을 거야."
어디에서 왔는지 사람들이 진남교 부근에서 웅성웅성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가 내린 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영강의 수량이 적지가 않았다. 좀 전에 도착한 119에서 내린 구급대원들이 수영해서 차로 접근을 했다. 물의 흐름이 빠른 편이어서 차량에서 운전자를 빼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차량의 3/4 정도가 잠긴 상태여서 빨리 운전자를 밖으로 끌어내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해 보였다.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요?" 남자는 문경새재 IC에서 빠져서 기석의 집으로 가지 않고 바로 이곳으로 왔다.
남자의 질문에 밖에서 대기하던 119 구급대원이 남자를 흘깃 쳐다보면 말했다.
"구하러 들어가긴 했는데 물살이 있어서 그런지 쉽지 않네요."
"그럼 아직 신원확인은 하지 못했겠네요."
"좀 전에 도착해서 들어갔는데 신원확인을 할 수가 없죠."
남자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서 기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두 번 정도 울렸을까.
"여보세요. 도착하셨어요?"
"응 도착했는데 그 집이 아니라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진남교 알지?"
"예 알아요. 그런데 왜 거기로 가셨어요?"
"문경으로 가다가 뉴스를 봤거든. 아마도 여기 근처의 캠핑장에서 누가 이 다리에서 떨어진 차를 영상으로 찍어서 올렸나 봐. 이상해서 문경경찰서에 아는 후배에게 확인 좀 해봤거든."
"그게 무슨 소리예요? 동생이 없어진 것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요?"
"약간의 감도 있었고 나도 문경의 지리를 아는데 진남교가 과속으로 진입할만한 곳이 아니야. 혹시나 해서 확인해본 거지. 아니나 다를까. 위쪽을 순찰하던 경찰이 1시간쯤 전에 신호 위반하는 차량을 보고 따라갔는데 갑자기 사라졌다는 보고가 올라왔대."
"좀 이상하긴 하네요. 신호 위반했다고 도망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는 않죠."
"차를 견인해봐야 알겠지만 아마 도망치기 위해 헤드라이트를 껐을 거야."
"그럼 혹시 차에 지영이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아~ 동생 이름이 지영이구나. 아직 확인은 안 되었으니까. 앞서 생각하지 말고 집에서 기다리던지 불안하면 이곳에 와도 좋아."
기석은 전화를 끊자마자 오토바이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기석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 생각했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는 경험은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으로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가 조금씩 삶의 색채가 다채로워지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 차에 지영이가 없기를 바라며 오토바이의 속도를 올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서 앞에 경찰차의 경광등과 119 구급차의 경광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남휴게소 앞의 공간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람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기석은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5미터쯤 떨어져 있는 곳에서 전화를 받는 남자가 보였다. 기석은 폰을 들어 흔들며 남자에게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왔구나.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운전석에서 운전자를 끄집어냈나 봐. 그리고 트렁크나 차의 뒷좌석에는 다른 사람이 없대."
"운전자는 살아 있나요?"
"아니 이미 숨을 거둔 상태래."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우선 운전자의 신원확인을 해봐야지. 그때 순찰했던 경찰이 차량번호는 확인하지 못했는데 차량 종류는 같다고 하나 봐."
"맞다. 아저씨가 전에 형사였었죠. 문경에도 잠시 근무한 적이 있다고 엄마한테 들은 적이 있어요. 미국에서 프로파일러 과정도 갔다 오셔서 조금 다르시다고 말이에요."
"그 이야기는 옛날이니까. 우선 빨리 실마리를 찾아야 하니까. 어떤 사건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실종이나 납치 같은 것이라면 시간이 갈수록 흔적은 옅어질 수밖에 없어."
"솔직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경찰이라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을까요."
"난 저 죽은 운전자가 실마리가 될 거 같아. 그렇다고 하면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운이 좋은 거지."
"그런데 죽은 운전자에게서 알아낼 수 있는 게 많지 않잖아요."
"범인 추정은 범죄자를 잡는 것이 아니야. 그 일은 경찰관이 하는 거야. 그런데 다행히도 내가 잠시 있었을 때 후배가 아직도 문경서에 있어서 좀 쉽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
남자는 현장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신호위반이 저 운전자에게는 단순한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만약 범죄경력이 있다던가 가석방 혹은 집행유예나 성폭력 전과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동생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과의 차이를 볼 때 아직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계획적인 범죄인지 우발적인 범죄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사가 지문이나 DNA 표본 같은 실제 사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검증이 필요한 가능성이나 가설이 유용할 때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