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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6. 2021

쌀의 여정

전북평야의 쌀을 만들어내는 만경강

벼라는 작물은 조금 특이한 것이 다른 작품과 달리 연이어 같은 땅에 재배해도 땅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생산량도 높아서 전 세계의 수많은 인구를 먹여 살린다. 벼의 기원은 원난과 아삼에서 시작되었는데 동아시아의 양쯔강, 동남아시아의 메콩강, 이라와디강, 인도의 겐지스강을 따라 전파되었는데 특히 메콩강은 자포니카종과 인디카종 두 종이 모두 발견된 곳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반도의 수많은 강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쌀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곳에서는 채소의 일종으로 생각해서 육류에 곁들일 음식으로 버터로 볶는다고 하는데 버터는 북유럽에서 주로 사용하고 그리스나 아래쪽에 가까워질수록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기후의 특성에 기인하는데 따뜻한 기후의 국가들은 녹을 수 있는 버터보다는 올리브유를 사용하며 버터를 야만의 식재료라고 부른 적도 있다. 

노령산맥의 서사면에서 발원하여 여러 지류인 고산천, 소양천, 전주천, 삼천 등의 하천을 삼례읍 동방에서 합류하여 완주군, 익산시, 김제시, 옥구군의 저지역을 관류하는 전장 98km에 달하는 하천인 만경강이 바로 이곳을 흘러서 바다로 나아간다. 

김제에 자리한 만경강변을 거닐다보니 순절비가 보였다. 


 옛날 굴원의 한결같은 충성은(昔屈子之精忠)

 멱라수를 가리키며 기약하였고(指汨(氵+羅)而爲期)

 지금 나 춘우는 불운하여(今春雨余陽九)

 사진(沙津)을 따라 여기서 죽으리(從沙津而逝斯)

 술(초주) 3배를 따라(酌椒酒之三桮)

 물고기 뱃속의 충혼을 위로하고(慰魚腹之忠魂)

 노중련의 높은 발자취 따라(踵東海之高蹈)

 물가를 영원히 오르내리리(永陟江於干磐)

구한말 전라북도 정읍 태인지역의 명망 높은 유림이었던 춘우정 김영상 선생이 일제가 ‘은사금’이라는 명목으로 내려준 회유금을 거부하고 1911년 단식하여 순절하기 전 허리띠에 숨겨둔 ‘절명시’의 내용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김제에 그런 분이 한 명 더 있다. 

만경강 사챙이(신창진 新倉津)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한가운데쯤 왔을 때 춘우정은 ‘절명시’를 의대(衣帶, 허리띠)에 적어 놓고 강에 몸을 던졌다. 왜인 헌병이 급히 물속으로 뛰어들어 구해냈다. 이 장면을 어진화가 채용신이 그린 ‘투수도(投水圖)’가 지금 남아 있다고 한다. 

물은 흘러가고 있다. 이곳은 김제지만 저 건너편으로 가면 익산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여러도시의 젖줄이 되어주는 강이 만경강이다. 우리의 식탁 혹은 식당에서 올라오는 음식들은 전세계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교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물이 깊숙하게 흘러가는 하천이 아니라 충적평야 위를 곡류하며 흘러간다.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일대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완료가 되었다. 예전에는 신환포(新煥浦:김제시)·목천포(木川浦:익산시)·사천리(沙川里:익산시) 등의 선착장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위에서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남은 물이 흘러서 갑문을 지나 만경강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만경강을 흘러가는 풍광을 보기 위해서는 만경강 옆으로 나온 도로를 쭉 따라서 가보면 된다. 보통은 만경 2교에서 목천대교, 공덕대교, 아까 보았던 춘우정 김선생 투수순절비까지 이르게 된다. 매년 만경강에서도 시작되는 쌀의 여정은 오래전에 시작되어 지금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재배되는데 세계 인구의 1/3이 쌀을 주식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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