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은총

청양에 조용한 침묵 공간 정산 성지

"하나씩 하나씩 지배적인 모순으로 옮겨가면서 나는 의문의 침묵과 은총을 향해 나아간다."

- 생텍쥐페리의 성채


실수나 판단을 잘못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비판적 사고를 거치지 않고 막연히 진실이라고 믿는 생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에 아무 검증 없이 침투한 생각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문 너에 있는 세계의 아름다움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 조선시대에 천주교는 정치적으로 혹은 알지 못하는 세계였기에 박해의 대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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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정산면의 주거지의 안쪽에는 정산 성지가 있다. 청양군의 대표적인 줄무덤 성지와 함께 순교자가 순교한 곳 중 하나로 이도기가 신앙을 지켜내고 순교한 옥 터 자리는 성지에서 50~60m 정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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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 넓이 부지에 세워진 정산 성지는 99.1㎡ 규모의 ‘이바오로경당’과 야외 제대, 십자가의 길 등을 갖추고 있다. 묵주가 걸려 있는 조형물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즈넉한 성지의 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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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출신인 이도기는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후에 활동하다가 정사 박해 때 체포된 이도기는 1년 동안 옥살이를 하며 모진 고문을 당했고, 끝까지 배교를 거부하다 목에 칼을 쓴 채 심한 매질 속에서 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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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넓지 않기에 한쪽에 예수의 고난의 길이 표현되어 있다. 진리란 세상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지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지만 생각해야 하기에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해지기 위해서는 생각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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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이도기의 생애를 그려둔 것이 조금은 특이한 느낌이었다. 정말 소박한 성지이며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볼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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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순교터라고 마리아상이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사람의 양심적 삶에 대해 폭력으로 그의 생명을 빼앗는 자에 대해, 자기 삶을 온전히 내어 바치며,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인간의 자기 증거 행위가 순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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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기는 1791년 고향을 떠나 이곳저곳 떠돌다 정산의 비신자 옹기촌에 정착하여 그 마을 사람들을 모두 입교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때가 1795년 을묘박해 이전이었다. 1797년 이도기 바오로의 나이 54세가 되었을 때 정사박해가 발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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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지들은 많은 사람들의 순교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이 공간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1797년 정사 박해 때 잡혀 이듬해 7월 순교한 이도기(바오로) 복자를 기리는 청양 정산 성지가 새롭게 조성된 것은 2018년으로 성지 입구에는 옹기장수였던 복자를 기억하는 뜻으로 항아리 위에 박해시대 때 죄인의 목에 씌우던 형틀인 항쇄(칼)와 십자가 형태를 조합한 표지석을 세워두었다. 청양 정산 성지는 충남 청양군 정산면 서정 2길 12-2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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