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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8. 2021

법관의 자격

청렴함, 정의를평생 지향한가인 김병로

필자는 TV나 미디어에서 엘리트층이라고 일부 직업군을 표현하는 것이 몹시 듣기가 거북할 때가 많다. 품격은 하나도 없이 돈과 권력, 아귀다툼을 일삼는 사람들을 어떻게 엘리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냥 시정잡배보다 조금 머리라 잘 돌아가는 애매한 계층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떤 이름을 부여하는 데에 있어서 단어는 사람들에게 몹시 후한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한다. 사기 회계를 분식회계라고 하면 무언가 가벼워 보이고 시정잡배를 엘리트층이라고 하면 무언가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 보인다. 

쓸데없이 법을 공부하기도 하지만 법은 문명사회의 칼이기에 읽어보는 편이다. 이 시대에 법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법기술자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혹은 저지를 생각이 있는 사람이 싫어하는 법은 형사법이다. 그래서 검사들에게 영업을 하는 것이다.  형사법은 행위에 따라 범죄인지, 범죄가 아니어야 하는지 범죄에 대해서 어떠한 형벌이 가해져야 하는지 피의자와 피고인을 수사, 기소, 재판할 때는 어떠한 절차를 지켜야 하는 법이다. 여기서 수사, 기소가 빠지거나 안하거나 엉망으로 한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생긴다. 물론 검사들은 경제법이 적용되는 분야를 좋아한다. 미래에 돈줄이 될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많은 대법관중에 전북 순창군 출신의 가인 김병로가 법관의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청양의 모덕사에 가면 면암 최익현의 생가가 있는데 바로 그와 함께 의병에 가담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그의 독립운동은 다른 사람과 조금 달랐다. 한일합방이 되고 나서 법으로 그들을 상대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였는지 메이지대학과 니혼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잠시 판사로 일을 하게 된다. 1919년 3·1 운동 사건을 비롯하여 단천사건, 간도사건, 정의부사건, 광복단사건, 105인사건, 흥사단사건, 안창호사건 등 매년 100여 건에 달하는 사건을 1920년부터 변호한다. 

가인 김병로 선생의 생가로 찾아가 보았다. 초가집으로 생가지에 생가를 복원해두었다. 그의 변호중 인상이 깊은 것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였던 도산 안창호를 변호한 것이었다. 그는 해방 이후에 초대 대법원장에 취임했으며 일명 반민특위의 특별 재판 부장으로 일했으며 1957년에 대법원장으로 정년 퇴임하였다. 

가인 생가는 당초 안채, 사랑채, 문간채로 이루어졌던 곳으로 후손들의 고증을 거쳐 안채와 문간채를 2014년 5월에 복원을 완료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병로 역시 하서 김인후의 후손이다. 

법관의 자격은 무엇일까. 그는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사법 종사자에게 굶어 죽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라고 하였다고 한다. 근래 들어 법관의 자격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생각이다. 

법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법은 기본이지만 다양한 학문을 익히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법에는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법학은 대상을 중립적으로 보는 학문이 아니라 가치를 지향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다른 학문과의 타협이라던가 소통이 필요하다. 그렇지가 않으면 칼춤 추는 망나니에게 칼을 맡긴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모내기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벼가 이렇게 자라났다. 이승만의 대통령 재선을 위하여 실시된 개헌이며, 헌법을 위반한 개헌인 발췌 개헌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하자 한 말은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였다. 자신을 임명해준 현직 대통령한테 한 말이다. 헌법은 행정 수반보다 우선시 된다는 김병로의 사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자, 자칫 훼손될 수 있었을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와 자존심을 지킨 말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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