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영혼
인간사회를 구성하든 메타 휴먼 월드를 구성하든 간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틈새를 메꿔줄 수 있는 존재들은 필요했다. 물론 그 존재들은 사람이며 기계가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대체하고 있었다. NG세대가 시작된 것은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신체적으로 성장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장 속도를 보통 사람에 비해 두 배 정도 촉진시켰다. 사람의 영혼까지 같이 성장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있었으나 이들은 이미 다양한 레벨의 메타 휴먼 월드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의 기능은 제약되어 있어서 휴먼 월드에서 성장의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매일매일 메타 휴먼 월드로 출근하는 두 사람은 한날한시에 같은 공간에서 태어났다. 엄청난 전기에너지를 소비하는 세상이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 속에서 지워진 존재들은 실제로 현실에서도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NG-212와 NG-213은 친구사이였다. NG세대인 이들이 이름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했다.
"오늘은 몇 시에 접속할 거야?" NG-212는 아침으로 제공되는 우유와 빵을 먹으면서 NG-213에게 물었다.
"같은 시간 같은 곳이겠지." 이들의 접속 시간은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그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서 정확한 시간과 정확한 곳에 있어야 했다. 이들 둘은 미술관에서 일하는 직원들로 미술관을 관리하기도 하지만 부서진 곳을 고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실제 그곳에 들어가서 고치면 프로그램은 수정되어 반영이 된다.
"이번에 열리는 전시전이 뭐야."
"잘은 몰라 미술관 큐레이터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가 사람이 맞을까."
"사람이니까 먹고 자고 배출하고 일하면서 사는 거겠지."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것이지만 목적이 무엇인가 싶어."
"학교에서 배우긴 했잖아. 사람에게는 영혼이라는 것이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이야."
"그런데 난 왜 아무런 느낌이나 감정 같은 것이 없을까. 손이나 몸을 만져보면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냥 껍질 같다고 할까."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NG세대가 필요했지만 이들에게는 감정이 극도로 제약되어 태어나게 유전자가 설계되었다. 이들이 접속할 때마다 그 데이터는 메타 휴먼의 핵심 코어인 토라에 쌓이면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진화해 갔다. 나비효과처럼 인류는 이 여파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상을 못하고 있었다.
지연과 연경은 다시 만나 산토리니로 갔다. 메타 휴먼이 좋은 것 중에 하나는 1주일에 3일만 원하는 때에 일할 수 있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는 것이었다. 산토리니는 말 그대로 강렬하고 순수한 빛이 있는 공간이며 도시였다. 올리브 열매가 담긴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그리스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 인연을 맺게 된 것은 6개월 전이었다. 지연과 연경은 메타 휴먼 이오타에서 그리스로 갔을 때 온 가족이 와인을 담는 시골 농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 세계에서 언어는 장벽이 되지 않았다. 오래된 그리스어도 아무런 문제 없이 들리고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풍광 좋은 바다를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지 않을까." 지연은 음료를 한 잔 마시면서 선글라스와 밀짚모자를 쓰면서 혼잣말처럼 말을 했다.
"그러게 돈만 있으면 할 수 없는 것이 뭐가 있겠어."
"뭐 돈이 없으면 메타 휴먼 이오타의 유지보수일이나 하면 되겠지."
"그걸 받아서 생활이 되겠어. 그건 NG세대가 대부분 하고 있잖아. 그 일을 하면서 여행은 꿈도 못 꾼다고 하더라고. 생각해보면 사람의 영혼이라는 것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도 같아."
"넌 남자 친구와 싸운 것은 어떻게 됐어?"
"모르겠어.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요즘 사회가 정말 이상하게 변하는 거 같아. 너는 결혼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나? 없던 일로 하기로 했어.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없는데 어떤 목적으로 살아갈까."
"모르겠어. 난 너 같지 않거든. 바다를 보면 빛이 생각나고 감정이 막 솟구치는 느낌이야.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눈부시기도 하고 감정이 격동 치는 그런 가슴 벅찬 느낌이 계속 흘러넘치는 거 같아."
조명이 극히 절제되어 있는 공간에는 클로드 모네와 똑같은 모습의 사람이 나와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캐릭터지만 메타 휴먼에 접속해서 똑같은 모습으로 연기하는 직업이 생겨나서 과거의 인물들이 재현되어 실제처럼 만나볼 수 있었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클로드 모네의 레플리카는 마치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의 작품이 미술관에 걸려 있었는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한 소수의 인원만이 참여한 가운데 전시전에서는 작가와의 만남과 대화가 진행되었다. 그 공간의 바로 밑에서는 NG-212와 NG-213이 유지보수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