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삶의 마침표, 쉼표

드러나는 흔적

"어때요? 선배 알 수 있겠어요?" 편해 보이지만 어딘가 낯설어 보이는 옷을 입은 느낌의 남자가 자판기 커피를 뽑고 다가오면서 말을 걸었다. 남자는 그가 준 운전자의 정보를 보고 있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그 친구 가석방된 지가 6개월 전인데 전자발찌는 하고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저 친구 여동생이 그 친구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끌어올려진 차에서 그 여자애의 물건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 나왔대."

"그게 뭔데요?"

뒤에서 서 있던 기석은 도자로 만든 작은 부엉이를 형사의 눈앞에 내밀었다. 크기가 5cm쯤 될까. 크지 않은 부엉이 었지만 디테일이 있었는데 이 부엉이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선물로 준 것이었다. 선물이 마음에 들었던지 지영이는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었다. 흘깃 부엉이 인형을 본 형사는 말을 이었다.

"저런 거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도 않은데요."

"그렇지 않아요. 제가 만들었기 때문에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어요."

"그건 그렇고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뭐예요."

"좋은 소식은 이 친구 아니 놈이라고 해야 하나. 전과를 보니 강간범의 행동 양식으로 볼 때 범행 대상을 인간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있네. 이런 유형은 피해자와 대화를 시도하고 친밀감을 형성하려고 하기 때문에 바로 살해는 하지 않아. 출소하기 전에 범행은 강간 이후에 살인까지의 시간이 20 여일쯤 걸렸어. 그렇다면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나쁜 소식은 철로 위의 강간자라고 불렸던 기록으로 볼 때 그곳을 다시 찾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곳이 재활용되고 있거든. 즉 지영이가 어디 있는지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거야."

"CCTV를 확인해보니까. 고속도로 IC와 사고가 일어났던 진남교반 같은 경우 행적을 알 수 있는데 생각보다 사각지대가 많이 있어서 확인이 쉽지가 않아요."

"살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강간범의 경우 대부분 단독으로 행해지지 공범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건 그렇고 기석아 지영이 성격은 어때? 똑똑한 친구야?

"본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제가 알기로는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보여요."

"그 부엉이 좀 줘봐." 기석은 부엉이를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남자는 조용히 부엉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시중에서 파는 일반적인 부엉이와 달리 색다른 부분이 있었다. 문득 기석이가 손재주가 있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2일 전 국도변에서 갑작스럽게 납치를 당한 지영은 SUV 차량의 뒷 트렁크에 실렸다. 2인승이었던 그 차량의 뒷 트렁크는 짐칸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납치와 함께 그녀는 두 손이 뒤로 묶이고 소리를 내지 못하게 돌을 넣은 보자기 같은 것에 싸인 것에 의해 입안에 넣어 틀어 막혔다. 눈도 가려져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도착하기 전에 그녀는 내팽겨진 자신의 가방을 더듬더듬 찾았다. 지퍼를 열고 눈에 뜨이지 않을 부엉이를 꺼내서 조용하게 자신이 생각하기에 트렁크의 구석에 놓아두었다. 얼마나 갔을까. 험한 길을 한참을 들어가다가 범인이 가려던 곳에 도착을 한 듯 차량이 멈추었다. 이윽고 트렁크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야. 조용히만 있으면 아무 일 없을 거야. 잠시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 와야 하니까. 불편하지만 들어갈 곳이 있어." 범인은 지영이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지영이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안고 어딘가로 가서 그녀를 그곳에 가두었다. 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낼 수가 없었다. 그녀를 그곳에 넣고 범인은 위에 흙을 뿌려두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나무 같은 것을 가지고 위에다가 올려두었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범죄 수법도 다르지만 육식동물처럼 자기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어. 영역이 엄청나게 넓어 보이지만 특정 패턴이 있거든. 병주야. 이 친구 문경에 별다른 연고도 없는데 왜 이곳까지 와서 강간살해를 했던 거야?"

"저도 잘은 몰라요. 그냥 기록만 살펴보았는데요. 당시에도 살고 있는 곳이 경기도였는데 왜 이곳까지 와서 그랬는지는 명확한 것이 나온 것은 없어요."

"기록을 보니까. 당시 범행을 저질렀던 곳이 폐 기찻길이었던 곳이었는데 간선도로에서 생각보다 많이 떨어져 있어. 보통 범행이 간선도로와 인근일 경우 범인은 그 지역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이 범인의 경우는 문경이라는 곳을 알았던 사람 것으로 보여."

"확실한 건 하나도 없잖아요. 그 부엉이 하나 외에 다른 게 나온 것도 없는데요. 부엉이야 그 여자에 가 잃어버려서 주은 것일 수도 있고요. 오히려 다른 범행의 피해자일지 몰라요."

"어디선가 주은 이 조그마한 조각 같은 것을 트렁크에다가 던져 놓는 사람이 어디 있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영이가 의도적으로 거기에다가 놓았을 수도 있어. 잘 눈에 뜨이지 않으면서 자신이 이 범인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말이야."

"이 정도 증거를 가지고 경찰력을 동원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게다가 저 친구도 여동생을 처음 본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원래 살았던 곳으로 갈 수도 있어요. 그 정도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죠."

"제가 본 시간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지영이가 이곳에 온 것은 잠시의 탈출구 같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석은 자신의 관점으로만 보려는 병주라는 이름의 형사가 답답한 듯 말을 꺼냈다.

"우선 그 차량의 타이어 패턴 좀 복사 좀 해주고 실종신고는 접수가 가능하니까. 기석은 실종신고를 하고 병주가 처리 좀 해줘.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여행하면서 범행 대상을 찾아 나서는 유형이라기보다는 기습형에 가까운 용의자라고 생각하고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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