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신비

벼가 익어가는 시간의 영사재

"삶의 신비 앞에서 더욱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이 미와 진실을 낳는다. 누군가 이러한 감정을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더 이상 경이와 놀라움을 느낄 수 없다면 그는 살아 있는 시체요, 눈먼 장님이다." 아인슈타인


생택쥐페리는 더 나은 삶에 대해 풍경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사람, 그가 발견한 것은 바로 신이라는 말도 했었다. 다른 삶이 아닌 지금보다 나은 삶을 추구할 때 삶이 본질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백로의 농사는 벼 이삭이 여물로 채소가 쑥쑥 자란다. 이제 농산물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될 시기이기도 하다. 가을 햇살은 은총의 빛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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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논산 상월면의 영사재가 보인다. 논산에는 영사재가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이곳 상월면이고 다른 하나는 연산면에 자리하고 있다. 백로가 오면 배추와 무를 비롯하여 월동채소류의 파종을 놓쳐선 안된다. 지금부터 사과나 배 같은 과수 농과는 성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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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영사재는 예빈시참봉을 지내고, 호조참판으로 추증된 박동민(朴東民, 1556~1593)과 사헌부집의를 지낸 아들 박휘, 손자 박세기(朴世耆,1618~1691) 3대를 제향 하는 재실이다. 이곳에 재실이 있다는 것은 집안일을 담당하던 여인들이 손이 바빠짐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백로는 여인들의 절기였으며 아침이슬이 맺힌 것을 보면서 그동안의 회포를 풀던 때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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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영사재는 여러차례에 걸친 중수 끝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정면 4칸, 측면 3칸에 팔작지붕을 올린 형태로 논산 영사재는 2003년 10월 30일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83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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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박세기를 배향하는 재실로서 신도비, 묘표석, 처인 정경부인 전주이씨의 정려각 등 연계유적이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적어도 이곳에서 제사를 지낼때는 학생부군신위는 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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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서 벼가 이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모내기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익어가고 있다. 평범해 보이거나 투박해 보이는 삶조차도 끊임없이 갈고닦으면 아름다움은 절로 드러나 눈빛에서 절로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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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왼쪽 아래 독샘 위쪽에 있는 느티나무 (수령 400여 년)가 전설과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나무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충청남도로부터 2001년 6월 5일 보호수(2001-14 ,정저목)로 지정된 바 있다. 이곳에 갔을 때는 물이 필요한 마을분이 물을 담고 있었다. 나무 아래로 물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또 옆으로 맑은 물이 흘러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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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이 많아서 이곳에 물이 적을 때는 없지 않을까. 계절의 변화와 함께 마음의 변화도 같이 오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오는 변화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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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익어가는 벼를 바라본다. 단지 보이는 것에 머물지 않고,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볼 수 있는 것은 사물 너머의 산을 떠올리게 해주기도 한다. 이날 상월면의 영사재를 찾아온 것이기도 하지만 계절의 변화와 함께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느껴보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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