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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8. 2021

삶의 신비

벼가 익어가는 시간의 영사재

"삶의 신비 앞에서 더욱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이 미와 진실을 낳는다. 누군가 이러한 감정을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더 이상 경이와 놀라움을 느낄 수 없다면 그는 살아 있는 시체요, 눈먼 장님이다."  아인슈타인


생택쥐페리는 더 나은 삶에 대해 풍경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사람, 그가 발견한 것은 바로 신이라는 말도 했었다. 다른 삶이 아닌 지금보다 나은 삶을 추구할 때 삶이 본질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백로의 농사는 벼 이삭이 여물로 채소가 쑥쑥 자란다. 이제 농산물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될 시기이기도 하다. 가을 햇살은 은총의 빛이기도 하다. 

멀리 논산 상월면의 영사재가 보인다. 논산에는 영사재가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이곳 상월면이고 다른 하나는 연산면에 자리하고 있다. 백로가 오면 배추와 무를 비롯하여 월동채소류의 파종을 놓쳐선 안된다. 지금부터 사과나 배 같은 과수 농과는 성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논산 영사재는 예빈시참봉을 지내고, 호조참판으로 추증된 박동민(朴東民, 1556~1593)과 사헌부집의를 지낸 아들 박휘, 손자 박세기(朴世耆,1618~1691) 3대를 제향 하는 재실이다. 이곳에 재실이 있다는 것은 집안일을 담당하던 여인들이 손이 바빠짐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백로는 여인들의 절기였으며 아침이슬이 맺힌 것을 보면서 그동안의 회포를 풀던 때이기도 했었다. 

논산 영사재는 여러차례에 걸친 중수 끝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정면 4칸, 측면 3칸에 팔작지붕을 올린 형태로 논산 영사재는 2003년 10월 30일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83호로 지정되었다. 

손자 박세기를 배향하는 재실로서 신도비, 묘표석, 처인 정경부인 전주이씨의 정려각 등 연계유적이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적어도 이곳에서 제사를 지낼때는 학생부군신위는 쓰지 않을 것이다. 

벌서 벼가 이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모내기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익어가고 있다. 평범해 보이거나 투박해 보이는 삶조차도 끊임없이 갈고닦으면 아름다움은 절로 드러나 눈빛에서 절로 보인다고 한다. 

그 옆에는 왼쪽 아래 독샘 위쪽에 있는 느티나무 (수령 400여 년)가 전설과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나무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충청남도로부터 2001년 6월 5일 보호수(2001-14 ,정저목)로 지정된 바 있다. 이곳에 갔을 때는 물이 필요한 마을분이 물을 담고 있었다. 나무 아래로 물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또 옆으로 맑은 물이 흘러내려오고 있다. 

수량이 많아서 이곳에 물이 적을 때는 없지 않을까. 계절의 변화와 함께 마음의 변화도 같이 오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오는 변화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잠시 익어가는 벼를 바라본다. 단지 보이는 것에 머물지 않고,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볼 수 있는 것은 사물 너머의 산을 떠올리게 해주기도 한다. 이날 상월면의 영사재를 찾아온 것이기도 하지만 계절의 변화와 함께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느껴보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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