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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7. 2021

철학자

정규한의화산영당

인간은 이성적 동물로 자신의 목적이나 역할을 갖고 태어나는데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인생은 길지가 않기에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사람과의 만나는 시간조차도 짧다. 사람은 먼저 존재하면서 나타나고 삶을 살아가면서 비로소 자신의 결정과 선택과 행동에 따라 규정된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어갈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공주의 화헌리라는 곳에 가면 1984년 5월 17일 충청남도의 문화재자료 제69호로 지정된 화산영당(華山影堂)은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화은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사당이 있다. 오래된 고목이 자리한 곳에서 내려서 200여 미터쯤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리하고 있다. 

화산영당에 모셔진 인물은 정규한이라는 성리학자다. 그는 화산(華山)에서 은거하며 성리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성정(性情)을 노래한 시가 많은 관물이라는 작품도 썼으며 철학적인 사람이었다. 그가 관심을 기울인 작품 중에 주역과 중용이 있다. 성리학 연구에 전념한 인물답게 철학적인 기풍이 강했다고 한다. 

조금 헤매다가 찾을 수 있는 화산영당이 안쪽에 보인다. 그는 원래 벼슬길에는 뜻이 없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강요로 1780년(정조 4)에 사마시에 응시하여 합격은 했지만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세속적인 부귀영달에 전혀 뜻이 없고 성리학과 철학적인 관점에만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산수를 좋아하여 자연을 벗삼아 시문에도 정진하였다. 

크지는 않은 화산영당이지만 그의 철학세계가 궁금하기도 하다. 주역에서 음과 양이 있는데 양이 상하로 있는데 이는 미래와 과거라는 뜻이고 또한 공간의 높은 곳과 낮은 곳이라는 뜻이다. 즉 미래와 과거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래와 과거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사상은 총체적으로는 순환이고 하나씩 쪼개서 보면 그 안에 음양이 있다. 사상은 주역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개념으로 만물의 뜻은 다 여기서 나온다고 한다. 1830년(순조 30) 정규한의 아들 정수린(鄭秀麟)이 편집·간행 하였 화산집의 서문에 따르면 저자는 문장이 부섬(富贍)했으면서도 문장을 내세우지 않았고 학문이 정밀하고 독실했음에도 학문을 내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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