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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7. 2021

가을

우연하게 만난 공간에서 가져온 밤한 톨

벌써 가을이 왔다. 밤이 익는 것을 보니 그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있는데 오직 자연만이 알려줄 뿐이다. 사람들은 조금만 더 조심하면서 살면 되건만 하던 대로 살려고 매일매일을 그렇게 살아간다. 벌써 밤이 익어가는 것을 보니 시간도 참 빠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연하게 길가에서 만난 밤나무에서 한송이를 따서 속에 들어가 있는 튼실한 밤 한 톨을 손위에 얹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새까만 차를 옆에 세워두고 주저 앉아서 밤 하나를 까고 있는 필자 모습이 어떻게 보였는지 몰라도 마을 주민분이 웃고 지나간다. 

밤은 참 독특하다. 개인적을 귀찮아서 밤을 까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햇밤을 한 두 개쯤 까먹으면 왠지 기분이 좋다. 밤나무에 매달려 있는 밤송이가 떨어 서서 데구루루 구르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쫓아가다가 멈춘 곳에서 드디어 실력 발휘(?)를 하며 밤을 까서 알맹이를 꺼낼 때의 기분이 좋다. 

익었다고 살짝 입은 벌렸지만 아직은 덜 익은 밤이다. 어떤 화가는 계절을 그린 그림이 한순간의 강렬한 인상만 주고 스치듯 감상되는 것이 그 앞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깊이 성찰할 수 있는 무엇이 되기를 원하기도 했었다. 

이곳에는 작은 성당도 자리하고 있다. 성당에는 온갖 꽃이 피어 있다.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 곳이다.  가끔씩 오가는 주민분들만 눈에 뜨인다. 

통일신라시대 초기엔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큰 밤이 생산됐다는 기록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원효대사의 어머니는 밤나무 밑에서 낳았다고 하는데 밤 한 톨이 그릇 하나에 가득 찰 정도였다고 하는데 그런 밤이 있을까. 

이곳은 논산에 자리한 덕암 저수지로 수질환경 우수마을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10년도 지난 시기에 만들어진 곳이다. 소류지(둠범)에서 배출되는 수질오염원에 대하여 경관미를 겸한 자연형 수질 정화식물을 식재 및 조성한 곳이다. 

오가는 사람은 없지만 생태환경은 잘 조성이 되어 있다. 생태습지, 초화류 화단과 부대시설이 조성이 되어 있다. 약 1억 원 정도의 사업비가 투자된 곳이다. 

가을은 사람 사는 세상의 변화와 상관없이 이렇게 찾아왔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에도 이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가을에도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간극을 두고 기존에 하던 것에 제약을 둘 것이다. 

역시 연산이라는 지역이라서 그런지 어디를 가든지 간에 대추가 지천에 널려 있다. 대추는 아직 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가을은 모든 계절 중에서 가장 맑게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계절이다. 겨울은 너무 냉정해지고 봄은 가슴이 부풀러 오르며 여름은 에너지가 휘감아 돌아친다. 오직 가을만이 내적 성찰에 적합한 계절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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