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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5. 2021

간장게장

음식은 색으로 먹고 맛으로 먹는다.

음식은 색으로 먹고 그다음에 입으로 느끼게 된다. 그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 중 진실에 가깝다. 색이라는 것은 사람이 구분할 수 있는 그런 것으로 경험하는 것 중에 하나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은 경험상 사실에 가깝다. 색으로 먹는 음식 중에 간장게장도 있다. 간장게장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어떤 맛보다 생각나는 그런 맛이다. 사실 꽃게보다 간장이 맛을 좌지우지한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식재료 가격이 올라서 가성비 있는 한 끼를 먹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가 않다. 잘 손질되어서 나온 간장게장을 보고 있노라면 충분히 입맛이 돌기 시작한다. 마치 조건반사 실험을 하듯이 입안에 침샘에서 솟아 나오는 느낌을 주체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간장게장집들은 반찬이 푸짐한 것이 특징이다. 기원전 7세기 이전인 주나라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바쳤다는 맛있는 음식으로 ‘청주의 해서(靑州之蟹胥)’를 꼽았는데 해서는 게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세상이 모두 아홉 개의 주[九州]로 이루어졌다고 믿었는데 청주도 그중 한 곳이다. 

조선시대에 간장게장이 유명해진 것은 경종 독살설 때문이다. 형인 경종을 독살하고 영조가 왕위에 올라갔다는 소문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역적 신치윤의 게장에 관한 심문 기록을 보면 가슴이 섬뜩하고 뼈가 시려서 차마 들을 수가 없다. 황영(경종)에게 진어한 게장은 동궁전에서 보낸 것이 아니고, 주방에서 올린 것”

 알과 게의 내장이 적당하게 녹아서 그 고소함이란 표현하기도 힘든 것이 게딱지에 비벼먹는 맛이다. 참기름의 느끼한 고소함도 아닌 것이 땅콩이 가진 깔깔한 입맛의 고소함도 아닌 것이 달콤한 장의 향기가 입안에 퍼지면서 내장의 쌉쌀한 고소함과 알의 싱그러움이 천상의 맛을 선사한다. 

고려 때 문인 이규보는 게장을 먹으면 굳이 신선이 되는 약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까지 했는데 그 당시는 민물참게로 게장을 담았었다. 지금처럼 큰 꽃게로 담았던 것이 아니었는데 간장게장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은 민물에서 나오는 살아 있는 게에는 간디스토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간장은 균을 소독하는 효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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