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Sep 01. 2021

공주의 옛길

용문 서원에서이어지는 왕촌천

곳곳에 의도하지 않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부상했으며 노동 조건도 변화하고 사람과 만나는 방식도 바뀌어가고 있다. 이날도 화상회의를 통해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Zoom 같은 방식이 일상화되어가는데 그다지 불편함이 없다. 필자의 경우에도 새로운 길과 옛길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용문 서원은 초려 이유태 유허지의 바로 옆에 자리한 서원이다. 공주에도 적지 않은 유학자가 있었는데 많은 유학자들이 이렇게 초야에 묻혀 사는 경우가 많았다. 

금강은 상류 지역인 금산군에서는 '적벽강(赤壁江)', 옥천군 일대에서는 '적등진강(赤登津江)', '차탄강(車灘江)',  공주시 일대에서는 '웅진강(熊津江)', 부여군 지역에서는 '백마강(白馬江)'등으로 불려왔다. 이곳도 금산의 적벽에 못지 않은 절벽들이 자리하고 있다.  

공주의 왕촌천을 이곳으로 들어와서 바라보았다. 이곳은 옛길이다. 보통은 이쪽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이곳에서 논산까지 연결이 된다. 

창벽로에서 오야교의 안쪽으로 들어오면 왕촌천과 공주의 자연을 만나볼 수 있다. 에전에는 이곳에서 바로 안쪽으로 들어가서 이유태유허지와 용문서원, 숭의사만 보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안쪽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공주를 흘러가는 왕촌천은 계룡산 뒤쪽에서 흘러내려와서 금강에 합류한다. 조선시대에 이른바 왕 씨에서 이 씨로 바꾸어 왕조를 세웠다는 역성혁명 (易姓革命)을 통해 왕 씨는 갈 곳을 잃었다. 수많은 왕 씨 핏줄은 지워졌지만 전국으로 흩어져서 생존을 도모했다. 그중에 한 곳이 바로 이곳 왕촌천으로 왕 씨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사람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고 산은 옆에 있어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옛길을 찾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농사는 해본 사람이 아니면 100평만 하려고 해도 손이 얼마나 가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몇 천평이나 하려면 평생 농부의 삶을 살아도 쉽지가 않다. 

안으로 들어올수록 전체적으로 고요하면서도 물이 흘러가는 느낌이 좋은 곳이다. 사람들이 우연하게 이곳에 머문 것이 아닌 듯하다. 왕촌천에서 주가 되는 산은 와우산과 명덕산, 성화산이다. 뒤편에 계룡산이 있기는 하지만 마을 산으로는 이 세 곳의 산이 대표적이다.  

안쪽으로 들어오니 이곳도 괜찮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물이 넘쳐서 도로 위를 살짝 흘러넘치고 있는데 풍덩 빠지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수량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을장마가 내린 지 얼마 안 돼서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여름에 물놀이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지식의 원천은 세 가지라고 하는데 여행, 책, 사람이라고 한다. 그중에 좋은 사람은 만나기가 힘들지만 책과 여행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해볼 수 있어서 좋다. 

물이 흘러서 넘치고 있다. 우리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뱀이지만 뱀은 홍수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명체여서 '끝없는 존재'라는 의미의 아난타로도 불린다. 

산책 중에 내일도 피어 있을지 모르는 예쁜 꽃도 발견하기도 했다. 사람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탄트라 시각에서 뱀은 우리 안에 잠재된 우주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그 에너지는 '똘똘 감긴 것'이라는 의미의 쿤달리니라불린다. 한국의 공포영화에서는 안좋은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코로나19는 어쩌면 흩어졌던 에너지를 다시 감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것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추상의 세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