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Sep 01. 2021

시간, 머물다.

칠갑산 자락의 핀 늦은 연꽃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는 내면 채움을 의미한다. 젊을 때는 많이 꾸미지 않아도 내면이 겉으로 드러나 사람을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많은 돈을 들여 피부관리를 받더라도 내면이 비어 있으면 경박해 보이고 더 지나면 천박하고 비루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외모는 괜찮아 보이는데 그 우아함이 느껴지지 않고 고귀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얼굴을 자신이 책임을 못 지게 된 것이다. 주로 쉽게 살려고 했던 사람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 어떤 걸로 치장하고 명품을 들고 좋은 차를 끌어도 경박해 보이기만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여자는 얼굴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남자는 돈을 써서 가리려고 한다.

칠갑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옆으로는 고추농사를 짓는 곳 옆으로 연잎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부여의 궁남지처럼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곳이 아니기에 잘 찾아서 들어가야 연꽃을 볼 수 있다. 

빼곡히 이곳을 채우고 있는 연지의 옆으로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비가 많이 내리긴 내린 모양이었다. 연꽃을 보면 어떻게든 진흙탕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려는 것을 보게 된다. 어떻게 저런 모습을 유지할 수가 있을까. 

백련도 있고 분홍색의 연도 보인다. 가끔씩 비가 내렸다가 내리지 않았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주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하는데 대전과 이곳은 또 날씨가 다르다. 

걸어서 내려가다가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꽃들도 바라본다. 9월도 벌써 시작되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시간이 지나갈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제 청양의 고추들은 빨갛게 그 모습을 바꾸어가며 익어가고 있었다. 마른 건고추가 한참이지만 아직까지는 고추밭에 빨간 고추가 익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으로 깊숙이 들어갔을 때, 빗방울이 투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푸른 연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먼저 들리기 시작했다. 땅에 떨어지는 것도, 물에 떨어지는 것도 아닌 그 소리를 한참 듣고 있으면 몸이 젖어 버릴 것만 같았다. 칠갑산 입구에 가면 자리한 작은 휴게공간에서 쉬어보기로 한다. 

칠갑산 자락의 600여 년이 훌쩍 넘는 느티나무 밑에 가니 비를 피할만했다. 칠갑산에는 일곱 개의 줄기가 뻗어 있고 그중에 한 줄기에 백 개만 골만 갖추면 무예를 겸한 인물이 나올 것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장수가 골을 헤아렸으나 99개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깊이 잠들었는데 산신령이 나와 이곳은 문맥으로 장수가 아닌 선비가 나올 지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수가 던졌다는 지팡이가 이곳에 꽂혔는데 그 나무가 자라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골을 세던 장수가 던진 지팡이가 한티마을의 느티나무가 되었다. 

물줄기가 제법 거세게 흘려내려오고 있었다. 옆으로 끊임없이 흘러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꽃 중에서 연꽃이야 말로 자신의 모습에 우아함과 고고함을 잘 간직하지 않았을까. 이곳에서 잠시 시간이 머물렀다.  연지를 가득 메운 푸른 연밭 사이의 고아한 백련을 보며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다. 지난 8월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날이든, 이날같이 먹구름 속 가득한 빗줄기가 들이치는 날이 든 간에 말이다. 

일어나서 밑으로 흘러내려가는 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물은 아래로 흘러서 칠갑저수지를 채울 것이다. 수량이 많을 때가 수량이 적을 때보다는 보기가 좋다. 가을 하루 시작되면 언제나 그랬듯이 많은 생각 속에 잠을 깨는 요즘이다.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가 나올 때는 언제쯤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시네마 청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