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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4. 2021

굴바위

서기 선생이제자를 가르쳤던 곳

공주의 한적한 곳에는 서기 선생의 묘가 있는데 이를 썼던 적이 있었는데 그 묘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다가가 보았다. 현재 공주는 도로 확포장공사 중이어서 이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문목공 고청 서기 선생은 보령시 남포면 제석동에서 태어나 토정 이지함 선생에게 사사를 받았다. 이곳에 오니 노자가 말했던 말이 생각난다. 


비움을 지극하게 하고

고요함을 독독하게 지키라.

만물이 앞다투어 자라났다가

다시 돌아감을 나는 본다.

이런 곳이 있었던가. 이곳에도 집이 있고 논이 있고 사람들의 삶이 있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마구 살고 되는대로 살다가 죽음으로 가는 사람은 분에 지나친 삶을 살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토정 이지함 선생은 서기 선생에서 그런 삶을 이야기해주지 않았을까. 

저 앞에 보이는 굴은 자연동굴로서 일명 굴바위라고 불리는 곳이다. 여름에는 무척 시원해서 서기 선생이 제자를 데리고 이곳에서 가르쳤다고 한다. 마을 이름이 공암이라고 하는 지명이 붙게 된 것은 바로 이 굴바위 때문이다. 

굴바위의 안으로 들어가 본다. 안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다. 서기 선생은 홀로 지리산에서 학문을 연구할 때 충청감사였던 사양 심상공이 이곳 공암에 와서 후학 양성에 힘써줄 것을 권유해서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 후에 연정이라는 서당을 열고 후학 양성에 힘썼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이 서기 선생의 호를 따서 서고청굴이라고 불렸다. 

이곳에 와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제를 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소소하지만 작은 제단도 만들어져 있었다. 

바다에 가면 침식으로 인해 동굴이 생긴 것은 많이 보았는데 이렇게 내륙에 자리한 곳에 단단한 바위가 절로 생긴 것은 오래간만에 보았다. 

세상의 어려운 일도 반드시 쉬운 일로 비롯되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작은 일부터 시작이 된다. 일은 생기기 전에 처리하고 혼란스러워지기 전에 다스리면 어려움이 없다. 

어제도 지인과 지인이 안다는 자영업을 하고 있는 동생과 저녁을 먹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닥쳐서 생각한다는 것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공암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암교 밑으로 용수천이 흐르고 있다. 물길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한 번 바뀌면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래로 내려와서 흐르는 용수천을 바라보았다. 이날 본 굴바위는 복잡할 때 한 번씩 찾아가서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굴바위에서 제자를 가르쳤던 고청 서기 선생은 작년 11월에 공주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서 유학의 씨를 계룡산 자락인 반포면 공암에서부터 퍼뜨렸으며 선생은 1581년(선조 14년) 지역 유생들과 공주목사 권문해 등의 도움으로 주자의 영정을 모시고 고장의 명현을 배향하는 충청우도 최초의 서원인 공암 정사(현 충현서원)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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