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강물의 여정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

나 자신의 부고를 스스로 쓰려고 생각했던 것은 여러 사람들의 부고를 쓰고 60세쯤이 되던 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을 다녔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해준 학문이었다. 눈도 침침해지고 해서 학업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자연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힘든 만큼 사람의 심리도 참 오묘하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커피의 맛과 녹차의 향기가 카페에 잘 배어가고 있던 67살의 여름날 카페로 남자가 찾아왔다. 하동읍으로 이사 와서 살기 시작한 그 남자가 카페의 단골손님이 된 것은 1년쯤 전이었다. 말없이 찾아왔던 그 남자는 눈빛이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대하다 보면 속에 있는 에너지가 보이게 된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해도 느낌은 온다.


이 해에는 녹차 농사가 다른 해보다 잘되어서 우전의 향이 진하고 시원하면서 따뜻했다. 좋은 차를 마셨다면서 무척 좋아했던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1년 만에 대화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다. 이날은 장마가 와서 손님이 없었다. 대화하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그 친구도 심리학을 전공했기에 대화가 어렵지 않았지만 그가 가졌던 창조의 열정이라던가 새로운 것을 보는 시각 같은 재능은 온전히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성격은 본성과 양육으로 이루어진다는 심리학자 프랜시스 골턴서기가 말하기도 했어요."

"나도 얼핏 들어본 적은 있어요. 지금까지 말했던 것이 자신의 이야기인가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렇게 가정환경이 좋지 못한 집에서 자랐는데요. 폭력과 무능한 아버지와 모든 것을 아버지의 문제로 생각한 어머니의 사이에서 자신도 모르게 끊임없이 고통받으면서 자랐어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중 누가 더 안 좋은 부모였는지 혼동이 되더라고요."

"둘 다 좋은 부모의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기는 하죠."

"어머니는 자신이 왜 그런 남편과 살아야 했는지를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했어요. 그 회피방법으로 자신은 그런 남편과 살았지만 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아꼈다는 것으로 충분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평생 믿으면서 살았던 거죠."

"그건 책임감이 있는 건 아닌가요?"

"전 나름의 생존 욕구였다고 생각해요. 외가에 돈이 없고 집의 명의는 아버지에게 있는 상태에서 사회에서 계속 살아야 되겠기에 열심히 살았던 겁니다. 그런데 자신이 받은 상처 혹은 상실을 누군가에게 보상을 받고 싶어 한 겁니다. 자신에게는 그 대상이 큰 아들이었던 거죠. 성격이나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기 전 때부터 아주 오랜 시간 큰 아들에게 주입식으로 세뇌를 시킨 겁니다."

"육체적인 고통 못지않게 정신적인 고통이 훨씬 큰데 치유하기가 쉽지 않았겠네요."

"공부를 많이 하고 오래 했다고 해서 세상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자신이 중학교를 중퇴했기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세상을 자신만의 좁은 시각으로 모두 끼워 맞췄습니다. 그걸 자신의 큰 아들에게 주입하듯이 이야기를 한 겁니다. 어떠한 재능의 발현이나 가능성의 싹을 아예 잘라버립니다. 먹고살기 힘들었다고 하지만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잘하는 것 대신에 못하는 것을 더욱 부각하며 아주 작은 심리적 철창을 만들어버린 것이죠."

"설마 어머니가 아들이 잘되길 바라지 않았겠어요."

"문제가 거기서 생기는 겁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 너무 좁은 겁니다. 이미 틀을 맞춰버린 겁니다. 그 틀속에서 남다른 재능을 가졌던 아이를 가두어버린 겁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가버렸는데 아이는 양육 속의 고통과 내면 안의 화려한 재능 속에 큰 충돌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그럼 아버지는 어떠했나요?"

"나이가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준 고통이 컸습니다. 육체적인 폭력은 즉각적으로 다가오니까요. 대신 아버지는 아들의 인생이나 학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이 혼자 즐기기에 바빠서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은 거죠. 어머니는 책임감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회피 수단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아들의 장래에 대해 결정을 해버립니다. 그 길은 아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아닌 길이었기에 고통스러웠던 거죠."

"정말 쉽지 않은 길이 었겠네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는 살았어요. 아버지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자식은 컨트롤하려고 합니다. 자신이 보기 싫은 모습을 보면 아버지를 끌어옵니다. 그것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요. 자신이 그렇게 냉소적으로 말하면서 무식하고 공부 안 하고 무능하다고 심지어 모든 사람이 치를 떤다는 그 아버지를 끌어오는 겁니다."

"어떻게 끌어왔다는 거예요."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럴 때 보면 니 아버지와 똑같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그럼 아들은 자신이 그 힘든시기를 보내면서 사회적인 존재로 살아온 그 시간이 모조리 부정받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가장 싫은 것은 40이 안 된 나이가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기 싫었던 것이나 공부, 사회가 괜찮아 보이는 것을 못한 것의 문제는 모두 아버지에게 있다고 책임을 돌리는 겁니다."

"부모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실망을 할 수밖에 없죠."

"자식이 나이가 어리더라도 부모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잘 알고 있어요. 그냥 표현을 안 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그런 모습은 다른 형태로 성격에 자리하게 됩니다. 변명이나 자기 회피, 거짓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됩니다.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헤쳐나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도 혈육이기에 보지만 고통스러운 겁니다."

"그럼 그런 재능을 가진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이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10살 전후라고 생각해요. 가고 싶은 길은 있었지만 억눌립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평범함을 넘어설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 세뇌하듯이 말을 합니다. 그 심리적인 감옥은 영원히 지속이 되죠. 다른 게 있다면 나왔지만 철창이 어머니를 볼 때마다 혹은 대화를 할 때마다 연상되는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심리적인 감옥이 있다면 그건 부모가 만드는 거라고 해요. 아주 오랜 시간 그게 반복이 되면 벗어나는 것이 쉽지가 않죠."

"예 맞아요. 어머니는 사회나 언론에서 말하는 문제가 많지만 힘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너그러웠습니다. 그런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아들의 합리적인 반박에도 믿지를 않습니다. 변화에 대해서도 항상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40대, 50대, 60대, 70대에도 같은 말이 반복되었습니다."

"가장 큰 심리적인 고통은 뭐예요?"

"어릴 때부터 30년이 넘게 지속된 그 행동은 자기 의심과 창조적 열정과의 끊임없는 충돌을 만들어냅니다. 에너지가 넘쳐서 무언가를 하다가도 오랫동안 지속된 그 억압은 자기 의심이라는 죽지 않는 잡초를 끊임없이 만들어냅니다. 평생을 내면 속의 잡초를 제거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 잡초가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 독성이 가슴을 아프게 해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심리적인 상처가 회복이 되고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까 말한 것처럼 30년이 넘게 지속되었다면 그 시간만큼의 치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 아들은 차라리 그런 재능을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런 큰 심리적 충돌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말을 들으니 참 안타깝네요. 어머니가 악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자기 방어 기제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자신도 행복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에 탈출구가 필요했던 거라고 봐요. 그게 자신의 자식에게 향하면 안 되었을 텐데요. 어떤 재능이 있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재능을 가질수록 씌워진 굴레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고통스럽게 느껴지죠."

"생각해보세요. 덩치가 큰 생명체가 전기 올가미에 갇혀 있는 거죠.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느껴지는 거죠. 성인이 되고 사회에서 생긴 일이 있었지만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잊히지만 혈연관계는 전혀 다릅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보았지만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의미를 자주 보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장 강력한 우군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받은 상처나 생각의 한계가 이전될 때 생각지도 못한 고통이 이전되기도 했다. 그 남자는 짧은 시간에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만 언젠가는 마음속의 평온을 가지기를 바라보며 하동의 운무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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