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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8. 2021

와호장룡

자신에게 솔직히 대하는 방법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는다는 것은 쉽지 않으며 평생이 지나도 느끼지 못할 수가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없어져봐야 알고 숨어있는 가치는 정성을 다해 찾아봐야 안다. 무리한 운동 덕분에 반깁스를 해서 왼손을 쓰지 못하니 정말 불편하다. 그렇지만 서천의 봉남리 삼층석탑을 찾아갔던 느낌을 담아보려고 한다. 이곳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영화 와호장룡이었다. 누운 호랑이와 숨어 있는 용이랄까.  

이곳은 생각보다 어렵게 찾은 곳입니다. 서천에는 구석구석에 이런 석탑들이 숨겨져 있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 봉남리 산 57-2에 자리한 봉남리 삼층석탑은  고려시대에 만든 탑으로 짐작되며,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탑의 뒤편에 사찰이 있었다 하나 지금은 절터만 남아있다. 탑 속에서 발견된 귀금속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훔쳐가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의 세트장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큰 메시지는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주먹을 꽉 쥐면 그 안에 아무것도 없지만 주먹을 놓으면 그 아네 모든 것이 있다. 

다시 대나무 숲길을 걸어서 들어가 본다.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또 이정표가 나온다. 로마의 공동묘지에 가면 입구에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hodia mihi, cras tibi) 즉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도 살펴보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옛 흔적들을 보는 이유는 그 속의 삶의 숨결과 옛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어서다. 

좀 올라오니 깨끗하게 샘솟는 물이 보인다. 식수로 사용했던 모양이다. 다시 올라가 본다. 

봉남리에 자리하고 있는 3층 석탑의  기단(基壇)과 탑신(塔身)의 몸돌에는 기둥 모양을 새겼고, 특히 1층 몸돌에는 문모 양과 문고리를 조각해 두었다. 지금이야 화장이 일반적이지만 고대 로마에서는 귀족들만 가능했으며 하층민은 매장했다. 사찰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탑은 원래 스님이 입적하게 되면 유골을 안치하는 용도로 세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석탑이 만들어지게 된 고려시대에는 교세가 정에 달 하였을 때 세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이하게 봉남리에 자리하고 있는 3층 석탑의 옆에는 문인상처럼 보이는 상이 있다. 역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씨앗을 뿌리기도 하고 뿌리지 않기도 한다. 내가 뿌린 씨앗은 시간이 지나면 노력하지 않아도 드러난다. 왼손이 안도와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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