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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30. 2021

꽃길 이정표

김제의 가을 남포들녘

꽃길만 걸으면 과연 좋을까. 모든 삶에는 기복이 있는 것이 가장 정상적인 흐름이다. 사람에 따라 그 기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삶의 갈림길이 정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사람의 인생에서 스스로에게도 부모에게도 꽃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가 있다면 그건 어린 시절이다. 꽃은 그런 사람의 어린 시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가장 큰 축복이며 행복이자 환희다. 

이정표를 찾아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꽃도 볼 수 있고 때론 막힌 도로에 서기도 하고 무미건조한 풍경을 보기도 하지만 골목을 돌아서면 새로운 모습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항상 한다. 들녘은 들이 펼쳐져 있는 곳을 의미한다. 김제는 남포들녘이라는 곳이 있다. 

푸른 들녘, 황금들녘이 펼쳐지는 곳으로 신평천을 뒤에 두고 지평선 들녘 권역 중 하나인 남포들녘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농업 경관보존지역으로 남포 1구와 남포 2구, 3구, 4구, 5구가 자리하고 있으며 작은 도서관, 지평선 복합 마당, 정보화센터, 남포들녘관등이 자리하고 있다. 

벼를 낫으로 직접 벤 뒤 개상·홀태·그네·풍구 등 여러 재래 농기구를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탈곡했을 때는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곳에서는 얼마나 고된 일이었을까.  전통 농경문화인 '올벼심니'는 그해 처음 수확한 벼를 찧은 쌀로 밥을 지어 가장 먼저 조상에게 ‘올벼(일찍 된 벼)로 심례(마음의 예)를 올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는 도서관을 찾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도서가 잘 갖추어진 작은 도서관은 지역의 문화를 바꾸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살다보면 세상에 많은 일들이 자신의 통제밖에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스토아학파는 삶의 대부분이 자기 통제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통제 밖에 있다고 한다. 부나 명성, 건강 혹은 성공 등은 모두 통제밖에 있고 아무리 건강식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건강하게 오래 살지도 않는다.

마을의 들녘길을 돌아보면서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김제시의 마을들은 항상 물줄기가 어디든지 있다. 산악지형이 많아서 지평선을 거의 볼 수 없는 한국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바로 김제다. 김제를 처음 갔을 때  끝없이 펼쳐지는 논을 보면서 이런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수평선이나 지평선은 지구의 굴곡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선이다. 즉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는 것이다. 캐러비안의 해적에서처럼 위와 아래와 바뀌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길가에 피는 꽃에는 방향이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피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꽃길 이정표는 있다고 생각이 든다. 꽃길의 이정표는 정해진 것처럼 방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갈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꽃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꽃잎에 결이 있다. 제멋대로 난 것 같지만 패턴이 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유화보다 수채화가 어울리기도 한다. 마음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꽃길과 같은 이정표가 있다. 때론 들녘을 걸으면서 세상을 보고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것 같지만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재미가 있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정해진 것 같은 자신만의 꽃길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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