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삶의 법칙

두 번째 퍼즐

어릴 때부터 남자 이름 같다고 놀림도 받았지만 정민은 자신의 이름이 좋았다. 성을 포함해서 불러도 부르기가 쉬었고 뒤에만 따로 부르던 친한 친구들이 부를 때면 민아지만 들리는 것은 미나로 들렸다. 그녀는 여수에서 태어나서 대학교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서 미디어학부를 졸업했다. 나름의 글 실력이 있어서 어떻게 하다 보니 미디어와 광고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에 들어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KTX에 들어가는 KTX매거 진속의 기획기사를 주로 썼다. 이번 달의 기사는 '넥서스 포인트'라는 기사였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SF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했다. 보통 여행이나 음식,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담기는 KTX 매거진의 방향과는 안맞아보일 수도 있었는데 최근의 기술을 재미있게 풀어쓰는 것도 가끔씩은 데스크에서 받아주기도 했다.


소설 등에서 등장하는 넥서스 포인트는 타임 트레블러들이 여행하다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자신도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다. KTX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은 고향으로 가기도 하고 업무 혹은 필요에 의해 가기도 하지만 여행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다. 타임 트레블러처럼 새로운 경험을 기억 속에 저장하듯이 자신만의 넥서스 포인트를 찾는 여행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


오래간만에 집에 가기 위해 정민은 KTX에 올라탔다. 월간으로 출간되는 KTX 매거진을 사무실에서 받아보는 것과 직접 KTX 객실에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KTX 매거진을 보는지도 살펴보게 되고 혹시나 자신이 쓴 기사를 펴보고 있는지도 슬쩍 보기도 했다. 여수로 가는 KTX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것은 수원역을 지나면서부터다. 수원역을 지나면서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꽂혀 있는 잡지를 꺼내서 자신이 쓴 페이지부터 펴보았다. 이 번달에 나온 글과 편집과 디자인 모두가 마음에 들었다.


마치 타임라인을 거꾸로 올라가듯이 오른편으로 읽어가는데 마치 과거의 새로운 기억을 추가하듯이 느끼게 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넥서스 포인트라는 것이 있다면 자신이 태어나기 전으로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수라는 곳이 고향이라는 것도 좋았지만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활발했었다고 한다. 여수는 특이하게 1년 365일과 똑같은 수인 365개의 부속섬이 있는 곳이다. 여수에 살 때는 섬 여행이 그냥 일상이었는데 서울에 오니 여수의 섬 중 한 곳도 안 가본 사람도 참 많았다. 마침 옆에 앉아있던 남성분이 KTX 매거진에서 자신이 쓴 기사를 읽고 있었다. 살짝 보니 사람이 괜찮아 보였다. 말을 걸고 싶어졌다.


"저 혹시 그 글은 어떤 거 같아요?"


남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정민을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로 묻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모양이었다.

"아~ 그 글 제가 쓴 거거든요." 이제야 알았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번 잡지를 바라보았다.

"뭐 재미있게 읽고 있었어요. 넥서스 포인트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여행과 연결되니 참신하네요."

"책 같은 거 읽는 거 원래 좋아하세요?"

"예 많이 읽지는 않지만 한 달에 두 권 정도는 읽는 거 같아요."

"그 정도면 많이 읽는 거죠. 요즘 같은 시기에 말이에요."

"신기하긴 하네요. 책이나 잡지를 직접 쓴 사람은 처음 봐요. 오래 일하셨나 봐요."

"아니요. 이제 2년 차예요. 그러니까 제가 쓴 글을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걸죠."

"아~ 그렇구나."

"혹시 하시는 일을 물어봐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식품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 그러고 보니 KTX의 식당칸이나 이곳을 지나가는 카트에 들어가는 음식 중 일부도 공급하네요."

"진짜 우연이네요. 둘 다 KTX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거네요."

"그럼 잠시."고개를 끄덕끄덕하던 남자는 KTX 매거진을 앞에 꽂고 일어나서 뒤쪽으로 가다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것처럼 뒤로 돌아와서 정민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식당칸 갈 건데 배고프시면 같이 가실래요?"

그녀도 마침 배가 살짝 고파오고 있었다. 언제 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남자가 권해왔다.

"예 저도 언제 갈까 생각 중이었거든요."


둘은 일어나서 남자가 앞에 서고 여자가 뒤에 서서 식당칸으로 향했다. 남자는 문을 열 때마다 잠시 멈출 수 있게 눌러서 그녀를 배려했다. 그녀는 통로를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잡지를 읽는지 곁눈질했다. 식당칸까지 가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식당칸으로 들어서자 열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전에는 KTX에 식당칸이 없었는데 여행의 경험치를 높이기 위해 시범적으로 점심과 저녁시간대에 운행하는 KTX를 일부러 선택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칸에 대한 향수가 있었는지 다른 KTX보다 빨리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여행이란 보는 것과 먹는 것에 대한 경험이 같이 될 때 또렷하게 기억이 되었다. 매달 음식도 지역을 정해서 유명한 음식을 선보이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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