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퍼즐
"어디로 가실 건가요?"
"대구로 가는데요. 무궁화호는 몇 시에 있어요?"
"오늘은 오후 6시 10분만 남아 있어요."
"왜 이렇게 무궁화호는 없어요. 지금 1시인데 5시간이나 기다려야 된다는 거예요?"
"예 주말이라서 예약과 예매가 모두 끝나기도 했고요. 배차가 많지 않아요."
"시간이 갈수록 무궁화호는 없어지네요. 비싼 KTX만 많아지고 옛날이 훨씬 좋았는데..."
그녀는 할 말이 딱히 없었다. 그녀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하더라도 KTX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라 다양한 기차가 운행되고 있었지만 지금은 관광목적을 제외하고 나머지 차량은 대부분 축소되거나 아예 옛날의 유물로 사라졌다. 시간은 그렇게 빨리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어릴 때는 많은 꿈이 있었는데 철도공사로 취직해서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은 친구들이 내심 부러워하는 직장이지만 그녀는 중학생 때까지 가야금을 배웠었다. 가야금의 음계는 '레미솔라시'뿐이 없지만 왼손이 있음으로써 '도'와 '파'를 낼 수가 있었다. 물론 25현은 피아노와 같은 7 음음계이긴 하다. 처음에 배울 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음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껴던 것 같다.
그녀는 잠시 3일 전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대부분 앱으로 예약하면서 이제 키오스크에서 예약하는 사람도 많이 줄은 요즘 창구에 와서 기차표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자식을 만나기 위해 혹은 고향으로 가기 위해 가시는 분들의 모습은 기차의 변화와 함께 쇠락해져 가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KTX에서 변해가는 계절을 자세히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은소야. 우리 음료수 마실까?"
잠시 상념에 빠져 있던 그녀는 말을 한 친구를 쳐다보았다.
"어? 음료수? 음료수보다 옥수수 머핀 하고 고구마 셰이크는 어때?"
"그런 것도 팔아?"
"오늘은 무언가 좀 특별한 메뉴가 있더라고."
"너 들어가서 확인했구나."
"그럼 이게 얼마 만에 가는 여행인데. 여수라고 하면 낭만의 도시라고 네가 그렇게 입버릇처럼 말했잖아."
"그러게 나도 이쪽에서 일하면서도 생각을 못해봤네. 그런데 우리 여수 가면 어디를 갈까."
"나 돌산도를 가보고 싶어. 굳이 배를 타고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전에 TV에서 봤는데 정말 아름답더라고. 그리고 말했잖아. 우리 자연휴양림 예약했다고 말이야."
"그건 알지. 그게 그 섬에 있는 거야?"
"응 봉황산 자연휴양림인데 여수 밤바다를 보고 들어가면 딱 좋을 것 같아."
"차량은 내가 예약했어."
은소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 지 6개월쯤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던 친구는 여행을 제안했고 휴가를 맞춰서 같이 여수로 떠나는 길이었다.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그녀는 자신과 같이 철도공사에 입사를 했는데 하는 일은 다르지만 자주 만나서 서로의 업무의 스트레스라던가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 모양이 옛날 가야금을 배웠을 때의 손 모양이 되어 있었다. 줄을 튕기는 손가락 뒤로 나머지 손가락이 받쳐주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 어설프고 불편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것에 가장 빠르게 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은소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 식당칸으로 가자."
"그래."
그녀들은 캐리어를 제외하고 지갑과 폰을 챙겨서 들고일어났다. 그녀들 앞으로 남자와 여자가 지나가고 있었다. 여자의 손에는 KTX 매거진이 들려 있었는데 그 모습이 조금은 특이해 보였다. 보통 어디로 이동할 때 매거진을 들고 가는 사람은 많지가 않았다. 화장실의 경우에는 거의 없기에 이들도 식당칸으로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잠시 은소의 머리를 스쳤다. 앞서가던 남자는 마치 뒤의 여자를 배려하듯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 모습을 보니 다시 전 남자 친구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은소야. 저 앞에 여자 있잖아. KTX 매거진을 좋아하나 봐."
"그러게. 자세히 읽고 싶나 봐."
조용하게 그들의 뒤를 따라가서 식당칸으로 들어섰다. 식당칸은 그달의 여행지 콘셉트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다. 해당 지역을 연상시킬 수 있는 디자인과 함께 레일을 따로 움직이는 로봇이 간단한 음료를 제공해주기도 했었다. 식당칸은 예약제로 운영이 되지만 카드사와 연계된 멤버십으로 마치 공항의 라운지처럼 이용도 가능했다. 그래서 그런지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고 따라서 그녀들도 식당칸으로 들어섰다. 환영의 인사를 먼저 건네는 로봇도 그렇게 투박하지 않으면서 상체만 있었지만 매쉬타입로 맵핑이 되어 있는 위에 얼굴은 사람과 닮아 있었다. 마치 영화 속에서 보는 로봇처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