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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1. 2021

가을 석류

하동의 바다와 가을 석류, 이명산

바다와 산중 어는 쪽이 좋냐고 묻는다면 아직까지는 바다가 좋다. 산도 좋기는 하지만 산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가능하다. 바다가 있으며 산이 있고 석류, 코스모스까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하동이다. 석류주스는 참 좋아하는데 석류를 생으로 먹기에는 너무나 시다. 그렇지만 가을에 무르익어가는 석류를 보고 있으면 기분은 좋다. 기분이 좋은 것까지만 느껴보고 풍경이야기를 해야겠다. 

지나치는 길에 우연하게 만나는 작은 마을도 살펴보면 재미가 있다. 하동군 진교면에 가면 양포리라는 마을은 새꼬막 종패를 살포하는 소득원 조성사업을 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여건에 맞는 수산자원 기반 조성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산물 생산을 가능하게 함으로 이날 살포된 종패는 앞으로 2년 정도 자란 후 성패로 판매될 경우 어촌계 소득증대에 기대한다고 하는데 작년에 살포했으니 내년이면 볼 수 있을까. 

양포리에는 오래된 마을회관과 새롭게 조성된 마을회관이 있고 양달몰이 있는데 이 쇼핑몰은 아마도 양포리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패를 어디다가 뿌렸을까. 

양포리는 해안가로 해안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참 그리고 양포리에는 돼지브랜드로 잘 알려진 한돈산업의 하논혁신센터가 자리했다. 한돈혁신센터는 300마리 규모의 일괄사육농장으로, 냄새 없는 농장 구현과 생산성 향상 방안 등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한다. 

잠시 시간을 두고 바다와 저 위에서 흘러내려왔을 강물과 함께 어우러진 공간을 본다. 이제 다시 하동의 산을 보기 위해 움직일 시간이다.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주변에는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분위기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운무가 껴서 따뜻한 혹은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명산의 안쪽으로 가는 길에 도로에서 석류나무가 보였다.  보기에는 참 탐스러운 석류다. 석류를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먹을 수 있는 부위는 많지 않다.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약 20%인데, 과육은 새콤달콤한 맛이 나고 껍질은 일반적으로 약으로 쓴다. 

요즘 운동을 안 해서 그런지 석류의 효능 중 관절에 대한 효과에 관심이 간다. 연구에 따르면, 석류에는 염증과 싸우는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따라서 석류를 먹으면 관절의 부기 또는 통증을 줄이는 게 수월해진다고 하니 자주 먹어야 하나. 이곳에서 조금만 가면 나오는 이명산은 지명이 한다사군 하남면으로 여러 번 개칭됨에 따라 명칭이 여러 번 변경됐는데 ‘맹인을 다스린다’ 또는 ‘밝음을 다스린다’는 의미에서 이맹산(理盲山)이라고도 한다.

이명산은 하동군에 있는 전설의 산이며 정상에 오르면 당시에 이무기가 살았던 지름 20미터 정도의 못이 있던 자리가 있으며 진교면과도 연결되어 있어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산이다. 이명산은 지리산의 한줄기로 북천면과 양보면의 경계에 있다. 

하동은 어디를 보더라도 코스모스 밭이다. 사람들은 우연하게 잘된 것이나 나중에 잘된 것만 보고 평가할 때가 있다. 코스모스가 가을에 피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는지는 자세히는 모른다. 예를 들어 지금은 잘 알려진 니체는 17년 동안 열네 권의 책을 출판하였으며 모든 책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 니체는 육체와 정신이 모두 안 좋은 상태에서 마치 하동의 산과 같은 알프스의 실스 마리아에서 자신의 삶을 구원했다. 만약 어떤 장소가 사람의 인생을 구할  수 있다면 그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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