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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2. 2021

정감 가는 음식

칠곡 다부 1리와 어울리는 메밀묵밥

한적한 여행지를 가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음식은 토속적이다. 닭으로 만든 음식들이나 산채비빔밥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메밀이나 도토리로 만든 묵밥을 선호하는 편이다. 속도 가볍고 움직이기도 편하다. 이날 정감 가는 음식을 먹기 위해 정감 가는 여행지는 다부 1리 (다부원)이었다. 조선시대 역원으로 공문서 전달과 관에서 취급하는 물건은 수송을 돕는 곳으로 다부원과 역이 있었던 곳이다. 소야원이라는 여관은 관원들에게 숙식을 제공했으며 관리가 쉬어가며 말을 관리했던 마장골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역원과 숙박공간, 여러 영학을 하던 곳으로 다부장터가 열릴 정도로 규모가 작지는 않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로 더 많이 기억되는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로 이 전투로 인해 북한군은 전쟁에서 작전 한계점에 달하였으며 유엔군은 반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일어났던 전투를 '동양의 베르됭 전투'라고 불린다고 한다. 베르됭 전투는 세인트로렌스 강을 굽어보는 몽레알 섬에 있는 지역에서 일어났으며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그 지점으로 베르됭 요새와 그 주변 뫼즈 고원의 요새들을 선정하고 대규모 군대와 대포를 동원했으며 이 전투에서 프랑스는 독일의 대규모 공격을 물리쳤다. 베르됭 전투가 얼마나 인상적이었으면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외계세력에 이긴 1차 전투에서 언급된 지역이다. 

마을의 벽화는 두 가지 색이 어울리고 있다. 호국의 의미와 더불어 전통적인 색채를 가진 곳이라는 의미를 같이 담고 있다. 

칠곡에서도 중심이었다는 다부원에 대한 이야기도 벽화로 접해볼 수 있다. 사람이 쉬고 관리를 대접하였던 곳이기에 전통악기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많이 있다. 

이곳에서 일어난 전투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종군 문인으로 현장을 답사한 조지훈 시인이 이곳에 대해서 시를 쓴 적이 있다. 


"진실로 운명運命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安息이 있느냐"

전쟁보다 평화로운 일상을 모두가 원한다. 은은한 소리가 마을에 울리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안식이 찾아오는 이 시간이 오히려 더 반갑다. 

전차다운 전차가 없어서 끝없이 밀리던 한국군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전차 대 전차의 사격전이 펼쳐졌다. 미 제27연대 전차부대가 북한군 전차부대와 서로 포격을 하였는데  북한군은 결국 돌파하지 못하였고 이날의 전차전을 볼링앨리(Bowling Alley)전투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다. 원래 볼링앨리는 스트라이크를 치기 위해 표적 핀 1~2개를 집중 공략한 후 이 힘을 이용해 연쇄적으로 다른 핀들을 무너뜨리는 기법이다. 


다부 1리 마을 이야기에 대해서 간단히 접해볼 수 있다. 지금도 마을동제단석, 강부사비, 다부장터, 가산파출소, 가산면사무소, 양조장, 한국전쟁전승비, 도요지등이 보존되고 있다. 

다부원의 마을을 돌아보았으니 이제 식사를 할 시간이다. 가을 메밀꽃 필 무렵에 어울리는 맛은 메밀묵밥이 어울려 보인다. 묵이 들어가 있고 그 위에 김가루와 참깨, 김치가 얹어 있다. 원래 이 음식은 겨울을 대비해서 푸짐하게 만들어 놓은 메밀묵을 조금씩 썰어서 겨울밤 배를 출출할 때 멸치로 우려낸 따끈한 국물에 훌훌 먹던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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