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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4. 2021

공존의 길

삼정동 비점오염저감시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소비하고 먹고 때론 의미를 소비하면서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배출되는 것이 있다. 그런 걸 통칭해서 오염물질이라고 하자. 누구나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고 더러운 것과는 좀 거리가 있기를 바란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것을 오염시키고 있다. 보통 공장이나 특정지역에서 발생되는 것을 오염물질 발생원을 특정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오염물질도 상당히 많다. 그런 것을 비점오염원이라고 한다. 

깨끗한 물과 깨끗한 공기, 깨끗한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은 누구나 생각하고 있다. 대전 대덕구는 환경부 주관 ‘2022년 비점오염저감 국고보조사업’ 공모에 선정되었는데 사실 대덕구가 선정되었지만 대전 전체 시민과도 연관이 있다. 대청호는 대전시민들의 식수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곳은 대전에서 대표적인 비점오염 저감시설공간인 삼정동 생태습지이며 공원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삼정동 비점오염 저감시설의 정화과정은 유입 -> 침강지 -> 깊은 습지 -> 지표 흐름 습지 -> 생태여과지 -> 방류의 과정을 거쳐 대청호로 들어가게 된다. 

길에는 꽃도 있고 바람도 있지만 오염물질도 있다. 걷다 보면 오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길이라는 곳이 사람의 벗이 되고 휴식이 되기 위해서는 신경 쓸 것들이 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자연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오염원을 제거하는 수생식물의 분투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저 아래에 있는 물은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환경부가 도시지역, 도로 등 비점오염원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저감하고 하천의 수질 개선을 통한 건강한 물환경 조성을 위해 공모한 것으로, 대덕구는 ‘비점오염원 관리지역 투수블록포장(LID) 설치사업’으로 시설부지 확보, 배수구역 강수 유출수 수질 공사 및 유지관리 등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삼정동 생태공원에서 저벅저벅 걸으면 자갈 소리만 따라오고 있다. 걷다 보면 자갈 소리가 먼저 나는 것인지 아니면 자갈 소리를 따라가고 있는 것인지 묘해질 때가 있다. 

멀리 이곳까지 와서 쉼을 청하는 사람들이 눈에 뜨인다.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보이고 친구와 온 사람들도 보인다. 비점오염저감시설이지만 냄새라던가 지저분하지는 않다. 그냥 평범한 생태공원과 같은 모습이다. 

가을의 하늘 아래, 여전히 흘러가는 강물, 그러나 제각기의 다른 삶,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공간에서 서로 색다른 길을 걸어가며 서로의 삶을 관망하는 풍경이 새로운 감성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곳의 얕은 연못에서 박테리아와 조류 사이의 공생관계에 의해 유기물을 분해 처리하는 방법으로 자연의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서 처리하는 목적으로 만든 연못을 안정지, 늪 또는 산화지라 부른다. 

가을 낙엽 내리는 날 대청호 산책로를 걷다가 도로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볼 수 있다. 서로의 얼굴을 직접 바라보기가 힘들어서 웃고 있는지 무표정인지 알기는 힘들지만 이런 때일수록 가을에 피며 하얗게 피어나는 메밀꽃처럼 혹은 선녀가 떨어트리고 간 자리에 피어났다는 한 떨기의 꽃으로 환하게 피어나는 옥잠화의 흰색은 공존의 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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