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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5. 2021

복을 바라나요.

김제시 승가산(僧伽山) 자락에 자리한 흥복사

조그마한 밤을 다섯 알 주었다. 많지는 않지만 밤을 줍는 것은 어릴 때나 지금도 재미가 있다. 많이 주어봤자 10알 정도가 가장 좋다. 두 손으로 들고 갈 수 있을 정도가 재미가 있다. 주머니에 넣기 시작하면 영 불편해지고 봉지라도 가져가면 업이 되어버린다.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재미로만 하고 싶은 것이 밤을 줍는 것이다. 여러 번 체험을 해보았지만 주어진 망에 썩지 않은 괜찮은 밤을 채워 넣는 것은 노동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좋은 밤의 대부분은 농장에서 먼저 다 수확한 경우가 많다.  

김제의 흥사동에 가면 전라북도 김제시 승가산(僧伽山)에 있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보덕이 창건한 사찰 흥복사는 말 그대로 복을 흥하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복이란 것은 더 많은 것을 누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 충분한 것을 아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며 오래간만에 흥복사로 들어가 보았다. 

김제 흥복사는 오래된 곳이어서 사천왕도 오래되었다.  650년(의자왕 10) 고구려에서 온 보덕(普德)이 창건하여 승가사라 하였지만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것을 흥복이라는 사람이 중건하면서 흥복사라고 불려지고 있다. 

너른 곳에 마치 정원이 있는 집처럼 보이는 사찰이다. 건물도 몇 동이 없는데  1974년부터 중창을 시작하여 1976년 정면 4칸, 측면 2칸의 대웅전과 육각형의 건물인 미륵전, 삼성각(三聖閣), 사천왕문(四天王門), 요사 등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려 말 우왕 때 예문관 대제학을 지낸 정제 박선중이 말년을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그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곳이 이곳 주변 마을로 이름이 흥복이다. 

흥복사의 현존하는 당우 중 극락전과 정혜원(定慧院)은 1920년대에 건립된 건물이며 특별한 문화재는 없으나 수령 600년가량의 신단수(神壇樹)와 설천(雪泉)이라는 우물이 남아 있다. 전에는 이 불상이 관음전 옆에 있고, 또한 보관 부분에서 여래상이 나와 보관에 화불을 장식하는 관음상의 형식과 일치하는 것으로 생각해, 관음상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미륵불상으로 부르고도 있다고 한다. 

시간이 참 좋다. 그러고 보니 흥복사라는 사찰은 이름이 좋은지 한국에도 여러 곳이 있고 일본에도 있다. 나라의 고찰이었던 흥복사는 긴테츠 나라역( 近鉄奈良駅)에서 7분 정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이곳도 백제와 연관이 있는 사찰인데 일본의 흥복사도 고도 나라(古都 奈良)의 문화재임은 물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절로 1300년 전 이곳에서 백제 비구니 법명 스님의 법회가 열렸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김제는 아직 따뜻한 곳인지 아니면 10월에 찾아온 여름의 온도 때문인지 몰라도 여름의 분위기가 있다. 

삶이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복은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배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일상 속에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만족하며 살 수 있으며 삶의 빛이 때로는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타오를 것이라고 믿는 것이 복이 흥한다는 흥복의 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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