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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5. 2021

황금 들판

구룡 1리의 효도비와 나무, 마을

황금색을 보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이것도 잠시일 뿐 10월이 지나면 겨울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날이 좋고 여행하기 좋은 때이지만 예전의 가을과 같지는 않은 때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삶마다 가까이서 보는 느낌이 모두 다르다. 구룡 1리의 산수골은 마을에서 조상의 시제를 올리고 있다. 산수골은 안동권 씨 추밀공파 집성촌으로 조선초 재상이었던 양촌 권근의 후손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황금색 들판은 언제 보아도 마음에 든다. 비록 필자가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농사를 짓는 분들은 이때야말로 한 해의 고난함이 사라질 때가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쌀을 그렇게 많이 소비하지는 않는 편이어서 그냥 보는 것에만 만족하는데 개인적으로는 5kg 이상을 구매하지는 않는 편이다. 맛있는 쌀은 항상 막 도정한 쌀이며 생산된 지 얼마 안 되고 공기와 최대한 만나지 않아야 되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에 서니 효자문이 두 개가 보인다. 마을 입구에서 위쪽에 있는 효자 정려문은 450여 년 전 여주 목사를 지내셨던 분의 효자비이고, 밑에는 그의 두 아들에 대한 정려문이라고 한다.

계단도 참 투박하게 만들어 두었다. 계단참도 격차가 있어서 힘을 주어야 올라갈 수 있다. 후손들의 조상인 권근은 이색(李穡)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 문하에서 정몽주·김구용(金九容)·박상충(朴尙衷)·이숭인(李崇仁)·정도전 등 당대 석학들과 교유하면서 성리학 연구에 정진해 고려 말의 학풍을 일신했던 사람이다.  

효자문에 어떻게 쓰여 있는지 보기 위해 올라가 본다. 설명이 없어서 한자를 읽고 이해하던가 마을 분의 설명을 듣지 않는 이상 어떤 분의 효자문인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우연하게 만나는 마을에서 다음 세대의 지속가능한 삶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처럼, 삶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도 언젠가는 결실을 볼 날이 오지 않을까. 마을이 바뀌면 결국에는 세상이 바뀔 수가 있다.

구룡 1리의 산수골처럼 골은 마을·골[谷]·동리·부락·취락 등의 용어로도 사용되는 촌락의 다양한 표현으로 사용이 된다. 2020년대가 전통적으로 연면히 계속되어 오던 촌락의 공동체 규범이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곳곳을 다니다 보면 마을이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어르신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각자 할 말들이 너무나 많으셨다. 각자의 색이 있으면서 할 말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오래된 보호수가 마을의 입구에서 양쪽으로 갈림길에서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구룡 1리의 오늘은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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