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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5. 2021

2차 접종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정해진 날짜가 있었는데 조금 당겨서 맞고 싶어졌다. 요즘에야 모더나가 많이 풀렸지만 1차에서 맞은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지 모더나가 인기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화이자는 대도시에서 예약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백신을 예약했다. 그러고 보니 1차나 2차 모두 살고 있는 도시에서 맞지를 않았다. 굳이 멀리까지 가서 맞는 수고로움을 감수했다. 이번에는 논산이었다. 주사를 맞았는데 나이 드신 남자 의사에게 맞으니 너무 따끔하다. 역시 필자는 남자와 잘 안 맞는다. 평생 주사는 거의 놓아본 적이 없으니 요령이 없다. 그냥 쑤시듯이 놓았다. 주사도 요령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매 맞는 것이나 하기 싫은 것을 먼저 하는 스타일이라 그냥 예약을 하고 바로 나왔다. 글을 쓰는 지금에도 그 나이 든 의사분은 너무 아프게 주사를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러 그런 걸까. 1차는 대규모 접종센터에서 맞고 2차는 그냥 한적한 도시의 의원에서 맞으니 극과 극의 경험을 한 셈이다. 백신 주사가 정맥주사가 아닌 것이 다행임을 생각해보자. 

백신 주사를 맞기 전에 점심은 어떤 것을 먹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점심은 백신을 맞는 것보다 중요하다.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나름의 인생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을 거의 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백신은 아주 충실하게 맞고 있다. 물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하다. 

1차 접종 때는 15분을 기다리라고 스톱워치도 손에 쥐어주고 무언가 친절하게 대해준 것 같은데 이곳은 기다려야 되죠?라는 말에야 '제가 말 안 했나요?'라는 말로 돌아왔다. 아 그렇구나라면서 자리에 앉아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대처방법이라는 출력물을 살펴본다. 예방접종 후 좋은 것도 같이 인쇄해주면 좋지 않을까. 

백신을 맞고 점심을 먹고 굳이 논산의 충령탑을 찾아서 왔다. 아마도 백신을 맞은 사람 중에 가장 재미없는 행보일 것이다. 이곳에는 1965년 관촉사 경내 충령사를 건립 921위의 호국영령을 모셔오다가 건물의 노후로 항구적인 장소에 위패를 봉안할 충령탑을 건립하자는 유족들의 건의에 따라 1994년에 추모의 탑을 세워두었다고 한다. 

충령탑에는 그동안 위패봉안 대상이 증가되어 2011년 6월 현재, 1,086위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는데 주변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은 조성이 되어 있다. 

날 좋은 날 백신 맞고 밥 먹고 충령탑에 오니 애국심이 막 솟아나는 것만 같다. 어깨가 묵직한 것이 운동도 안 했는데 운동하고 난 다음 알이 배긴 것 같은 효과를 주고 있다. 다행히 팔은 올라간다. 

충렵탑은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바탕으로 비상하는 날개의 형태를 취하고, 단계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논산시의 발전적인 이미지를 표현해두었다고 한다. 전면의 양쪽에는 호국 투쟁의 장면이 부조로 표현되어 있다. 중앙에는 영원한 미래지향적인 상징으로 십장생들을 조각해두었다. 

충렵탑의 옆에는 새로 지어진 건축물인 충령사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의 현충일은 66주년을 맞이했다. 시간이 빨리 흘러가고 있다. 충령 사는 6·25 전쟁과 월남전에서 자유와 민족수호를 위해 전투 중 산화하신 전몰군경과 국토방위를 위해 헌신하신 순직군경 등 호국영령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최소한 사회공동체를 위해서 백신을 맞으면 상비약으로 타이레놀정도는 줘야 되는거 아닌가? 어께가 욱신거리는데 하다 못해 쿨파스라도... 클럽(이 나이에도 돈 주면 들어갈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사우나, 노래방도 안가고 심지어 일상이었던 수영장이나 운동을 하러가지도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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