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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7. 2016

경전철이 보여주는 순천만

소형 무인궤도열차(PRT)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PRT(Personal Rapid Transit)라고 하면 그쪽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남 순천시가 야심 차게 추진한 소형경전철 사업으로 순전만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설이기도 하다. 모든 개발에는 자연을 보존하는 논리와 상충한다. 산위를 손쉽게 올라가게 만들어주는 케이블카로 인해 산 정상이 일부 훼손되듯이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의 일부가 변형될 수밖에 없다. 


순천만 국가정원에 스카이큐브 PRT는 정원 역과 문학관 역을 연결한다. PRT는 소형차량과 첨단 제어시스템을 이용한 친환경 궤도 운송시스템으로 경전철이나 모노레일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 탑승인원은 8인 이내며 목적지까지 차량 간격과 속도를 제어하며 무정차 운행을 한다.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은 포스코에서 100% 출자해서 만든 SkyCube 남기형 대표와 함께 동행하였다. 포스코에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총 사업비 610억 원을 들여 순천만 국가정원 역에서 순천문학관까지 4.62㎞ 구간을 운영한다. 


Q : 이곳이 포스코가 투자해서 설치가 된 곳인가요? 

A : 예 100% 투자해서 운영하는 곳입니다. 스카이큐브로 운영되는 PRT라는 것이 국내에서는 최초거든요. PRT라고 하면 생소하실 텐데 PRT와 비슷한 교통시스템중에 HRT, LRT, BRT가 있어요. 

교통시스템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PRT의 경우 시스템중에 가장 저렴한 150~200억 원/km에 운영비용은 1년에 1.2억 원/km가 들어가는 PRT는 분명히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 


Q : PRT가 무인운영시스템이라는데 어떤 방식이에요?

A : 기존 시스템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단일경로로 운영이 되며 노선축에 따라 교통량이 집중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스케줄에 의한 상시 차량 운행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PRT는 승하차가 본선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최적경로를 선택하여 운행하기 때문에 교통량 분산을 통한 운행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카이큐브 대표와 운영되는 구간을 타보았다. 외국에서 디자인되어서 왔다는 차량 디자인은 유선형에 상당히 편리하게 디자인되어서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 무인운영시스템이라고 하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역마다 사람이 배치되어 있다. 


Q : 내리면 바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과 연결되는 건가요?

A : 아니요. 그곳까지 가려면 1.4km가량을 더 걸어가야 하고 순천만 탐조대와 용산전망대까지 둘러보려면 5km쯤 더 걸어야 합니다. 


Q :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하네요. 그러면 이 스카이큐브를 이용하는 이유가 없어지는 거겠네요.

A : 그렇죠. 스카이큐브는 한 번쯤 타보는 놀이시설이 아니라 이동수단인데 이걸 타고서도 또 걸어야 한다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스카이큐브를 직접 타고 정원 역에서 문학관 역으로 가보니 생각보다 편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레일로 인해 진동과 소음이 조금 거슬렸다. 뜨거운 여름날 순천만 습지까지 걷는 길은 나이 드신 분이나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을 것 같다.


Q : 레일 때문에 그런지 진동이 있네요?

A : 저도 그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고 생각해요. 이 레일은 영국에서 설계해서 가져온 건데 이것보다 더 길게 레일 설계를 하던지 무진동에 가깝게 할 수도 있었는데 그때는 몰랐어요. 설치해서 시험운영을 해보니 그때서야 알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유지보수할 때 바꿀 생각도 있습니다. 

포스코와 순천시가 민간투자협약을 맺고 건설한 PRT의 당초 계획은 순천만 입구 갈대밭까지 운영하는 것이었으나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인해 순천만 문학관까지만 건설이 되어 있었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목적지까지 이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내려 목적지까지 걸어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목적지까지 이동하지 못하는 시설은 이동수단이라기보다는 놀이기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순천만은 대한민국 내의 생태습지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으로 국제습지센터에서 출발하는 스카이큐브를 타면 에코지오 생태모델을 지나 순천만의 광활한 논을 감상하다 보면 순천문학관에 도착한다. 

Q : 그런데 스카이큐브를 이용하는 요금이 1인당 편도 6,000원, 왕복 8,000원이면 조금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A : 5km가 조금 안 되는 구간인데요. 1인 기준으로 본다면 택시요금과 비교해도 비싼 것은 아니에요. 게다가 포스코에서 100% 투자해서 만든 데다가 대중요금 보조 같은 것을 지원받는 것도 아니거든요. 

Q : 직접 이용해보니 뷰도 괜찮고 진동만 제외한다면 괜찮네요. 그런데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선 연장 이슈는 스카이큐브의 장기적인 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어요. 

A : 맞습니다. 순천만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여수를 들렀다가 가는 길에 거쳐가는 관광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거든요. 즉 이곳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지가 않아요. 그래서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를 마치 눈도장 찍듯이 왔다 가는데 PRT를 이용했는데 습지까지 못하고 다시 이동해야 한다면 이용하려고 하지 않겠죠. 

이곳에 거주하는 다수의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관광객 유치를 하기 위해서는 문학관이 아니라 순천만 습지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었다. 순천만의 습지의 경관과 철새들의 서식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과 대립하고 있는 상태였다.  

목적지에서 도착해보니 평일이어서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한적한 느낌이었다. 최근 전남 순천시는 노선 연장 이슈에 대해 정책토론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접근성 향상과 지자체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이미 설치된 시설이라면 그 목적에 부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타협 과정을 거쳐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운영되는 것은 순천만 생태습지를 온전하게 보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관광활성화에 기여할 수 없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순천만 문학관은 생태습지의 끝부분에 해당이 된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순천만 습지 쪽을 한번 둘러보고 다시 움직이지 이곳 문학관까지 오는 사람은 많지는 않은 편이다. 


Q : PRT를 보조교통수단으로 사용해도 괜찮겠어요.

A : 예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대중교통수단과 달리 틈새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수가 있어요.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라숀시 도브 주르 시장이 방문해서 직접 타보고 설명도 들었거든요. 상당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라숀시는 이스라일에 텔아비브 남쪽에 자리한 도시로 라숀시의 신도시 개발을 하면서 내부 교통망으로 스카이큐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천만의 자연을 보면서 걷는 것도 좋지만 목적지를 우선 도착해서 보려는 한국인들의 행동 패턴으로 볼 때 스카이큐브의 이용객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실제 카이 큐브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50억 9800만 원, 44억 3800만 원의 적자를 내며 운행 중단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태였다. 현재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포스코가 자회사인 (주)순천 에코트랜스에 유상 증자를 하는 방법인데 생각만큼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순천만 습지의 북쪽에 위치한 순천문학관은 2010년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 작가 정채봉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곳이다. '무진기행'을 내놓으며 인기를 얻은 김승옥은 시나리오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으며 동화작가 정채봉은 자신의 작품을 독일과 프랑스에 소개하기도 했다.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된 순천만정원은 지속적으로 관광객은 늘어나고 있지만 체류시간은 생각만큼 늘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무인궤도열차로 운행되는 스카이큐브는 순천만 문학관까지만 운행되기 때문에 그곳에서 다시 생태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추가 요금을 내고 갈대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 그 사실을 알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최적경로를 선택하는 PRT Network의 알고리즘은 각 전동차에 담겨서 운행이 된다. 차량 한대당 가격을 물어보자 남기형 대표는 "시중에 나와 있는 대중적인 차량과 비교하시면 안 되고요. 소량 생산했기 때문에 가격은 조금 비싼 편입니다. 한대에 5억이에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PRT사업 사례는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경우 히드로 공항 터미널에서 환승주차장까지 3.8km 구간을 운행하고 있고 네덜란드의 기업이 설치한 아랍에미리트의 마스다르 시티에 설치된 케이스가 있다. 두 케이스 이용객수나 수익성으로 볼 때 성공인 사례로 꼽힌다. 순천만에 설치된 사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동의 목적이 뚜렷한 도시와 관광목적으로 이동하기 위한 생태습지로 구분이 된다. R&D사업이 현실에 접목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순천만에 설치된 PRT는 여러 가지 가능성과 이슈를 가지고 있다. 관광정책, 환경보호, 지자체 활성화, 무인궤도차의 사업 가능성까지 모든 것이 얽혀 있다. 무인자동차나 무인열차는 2020년대에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독자적인 궤도를 통해 목적지까지 정차하고 운행하는 교통 시스템의 가능성을 순천만에서 보고 있는 셈이다. 


순천만 국가정원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다시 차를 이용해 순천만 습지까지 이동한다. 어차피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 스카이큐브 같은 교통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라고 보인다. 설치된 교통 시스템의 활용도가 반쪽에 그쳐 실패사례로 기억되게 될지 본래의 목적인 접근성 확보를 통한 관광활성화와 차세대 교통 시스템의 가능성까지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남을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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