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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0. 2021

복(福) 있는 사찰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즐기는 것

어떤 지역이나 공간을 가면 다른 특색이 있다. 어떤 곳은 그렇게 마음이 동적으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어떤 곳은 조용하게 가라앉기도 한다. 사찰은 조용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자신 속에 구슬이 있다면 물결이 일렁이면 찾을 수가 없다. 물속에 떨어진 구슬을 찾으려면 먼저 물결을 가라앉혀야 한다. 즉 저절로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때가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이 한 공간에 모인듯한 느낌을 받고 하는 사찰이 김제의 흥복사다. 

흥복사는 보통 낮에 가면 요일과 상관없이 오픈이 되어 있다.  김제의 흥사동에 가면 전라북도 김제시 승가산(僧伽山)에 있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보덕이 창건한 사찰 흥복사는 원래 650년(의자왕 10) 고구려에서 온 보덕(普德)이 창건하여 승가사라 하였지만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것을 흥북이라는 사람이 중건하면서 흥 북사라고 불리고  있다. 

삶이란 때론 어떤 공간에 족적을 남기고 어떤 사람에게 목소리든 디지털로 된 표시를 보낼지 선택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과 공간과 말들이 있다. 흥복사로 다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걸어서 들어가 본다. 이곳까지 차를 끌고 들어갈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좀 넓은 저택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다. 여러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이곳에 꽃과 나무를 보다 보면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다. 연등만 아니라면 이곳이 사찰인지 모를 수도 있다. 흥복사는 1974년부터 중창을 시작하여 1976년 정면 4칸, 측면 2칸의 대웅전과 육각형의 건물인 미륵전, 삼성각(三聖閣), 사천왕문(四天王門), 요사 등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 오래된 탑은 아니지만 석탑의 뒤로 돌로 만들어진 불상도 보인다. 흥복 역시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삶은 무조건 더하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무엇이든 채우려고 했고 더할 수 있음에 더 즐거워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 지역의 관리였다. 흉년이 들었을 때조차 백성들을 구휼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다행히 현명한 부인이 있었다. 그의 부인은 곳간을 열어서 이곳의 백성들의 배고픔을 구휼해주었다. 더하던 흥복과 빼던 그의 아내로 인해 균형을 이루었다. 그러던 그의 꿈에 구렁이가 나와서 네가 지은 업으로  인해 몸을 바꾸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었는데 너의 아내 때문에 그렇지 못했다면서 원통해했다고 한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이곳에 흥복사라는 사찰을 짓고 개과천선하면서 백성들을 위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사찰에서 정성을 다해 가꾸고, 공양하고, 장엄하는 것은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타인을 위한 것이다. 사실 공양하려는 마음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인기척이 없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찰도 살펴보고 불상도 보았다. 녹색은 항상 사람에게 평온한 느낌을 만들어준다. 

이곳은 지금도 흥복사에서 식수로 사용하는 우물이다. 입구에서 물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데 안을 살짝 보니 맑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가득 차니 흘러서 밖으로 흘러나온다. 

나의 어제는 너다. 너의 오늘은 나다.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망각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갈길이 먼 모양이다. 복이 있다는 흥복사라는 사찰은 절이라기보다는 마치 옛 건물의 양식을 가지고 있는 정원이 넓은 옛 집과 같은 곳이다. 잔디도 잘 관리되어 있고 시선의 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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