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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0. 2021

일상의 순간

대전 대덕구 장동의 마을을 거닐다.

이미 어떤 것들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 물질적인 것이 아닌 찰나처럼 일상의 순간이다. 일상은 매일매일이 반복되지만 똑같지는 않다. 순간을 포착한다는 것은 남다른 능력일 수도 있고 풀어낼 수 있는 생각일 수 있다.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노력하면 그 뒤에 언젠가는 그것이 자신의 순간을 기록하며 다시 돌아오게 된다. 이번에는 대전 북동쪽으로 가면 나오는 장동이라는 곳을 찾았다. 꽃이 피어 있고 특히 감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이곳에 와서 무언가를 찾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날의 일상은 사실이다. 누군가는 마을의 한구석에 쉼터를 만들었을 테고 이곳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가을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구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공존해서 살고 있다. 그렇듯이 행성의 운동을 발견한 케플러 역시 그런 궁금증이 있었다. 빛, 열, 냄새, 사람, 마을, 바다 등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가졌고 그 지적 방황은 끝없이 이어져 영혼이 깃든 행성들이 운동 법칙을 가지며 태양과의 관계를 토대로 예측 가능한 타원을 그리면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을의 도로 옆에 자리한 코스모스는 그냥 피는 것은 아니다. 지구와 태양의 완벽한 관계 속에 코스모스도 계절에 따라 이렇게 피어 있다. 모두 태양을 바라보면서 있는 것 같은 해바라기와 달리 코스모스는 제각기의 방향으로 피어 있다. 

이곳에는 특히 감들이 많다. 단감도 있지만 대봉감들이 많다. 맑은 물과 일조량, 맑은 공기가 합쳐져서 자연이 만들어준 선물 대봉감은 맛뿐만이 아니라 색깔과 모양에서 탁월한 맛을 선사해준다. 

조그마한 전각 같은 것이 보여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대전의 문화유산의 기록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인데 마을분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비석의 내용을 보니 효자에 관한 전각이다. 

장동 문화공원사업은 지난해 환경부 그린 뉴딜 사업인 도시생태축 복원사업 공모에도 선정되어 2022년까지 국비 42억 원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사업 진행 시 구석구석의 이런 이야기도 같이 정리되면 좋을 듯하다. 

효자각을 보고 뒤를 돌아보니 마치 고인돌처럼 보이는 돌들이 보였다. 혹시 청동기시대의 무덤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발굴을 해볼까란 생각을 해보다가 고고학적인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 포기한다. 

장동의 감나무에 걸린 대봉감은 비타민 A, B가 풍부하며 주성분은 당질이 15~16%인데 떫은맛의 디오스프린이라는 타닌 성분은 수용성이지만 익어가면서 과실 내부의 호흡에 의하여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와 결합하여 불용성이 되면서 떫은맛이 사라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곶감 맛이 좋다. 

일상의 순간이 새롭게 느껴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어린아이가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사물을 또렷하게 보는 처음이라고 한다. 경이로운 것들에 싫증이 난 사람은 더 이상 감탄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의 빛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다. 당신의 존재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놀라운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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