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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2. 2021

탑정호의 변심

이제 탑정호는 옛날의 그 모습이 아니다. 

탑정호라는 곳을 처음 가본 것이 벌써 15년쯤이 된 것 같다. 그때의 탑정호는 그냥 조용한 시골마을의 큰 저수지였는데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탑정호 출렁다리부터 여러 공 간이 자리하면서 지금의 탑정호는 관광지로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어가고 있다. 탑정호 입구부터 시작해 출렁다리와 그 주변의 모든 공간에 못 보던 것들이 들어서고 있다.  

탑정호의 주변으로 돌아다녀보면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꽃뿐만이 아니라 서원이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땅 속에서 피어 있는 꽃, 작은 꽃이지만 이해할 수 있다면 만물의 변화를 알 수 있을 터였다. 

이렇게 사람마다 경험하는 방식이 상반된다. 꽃을 가져야만 하는 사람도 있고 꽃을 소유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소유의 실존 양식에 따라 살아가는 삶은 수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논산의 숨겨져 있는 조정서원으로 가는 길목도 보인다. 율곡 이이가 이현동의 숨은 절개가 살았을 때나 매 한가지니 내가 공경하고 사모한다 하였다고 했던 사람을 모신 곳이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더욱더 그 이정표가 당당해 보인다. 태조의 아들 중 한 명이었던 이방의는 이성계(李成桂)의 왕자 가운데에서 가장 야심이 적어 아우 이방간과 이방원의 왕위 계승 싸움에 중립을 지켰기에 왕자의 난에서 무사했다. 이곳에 모셔진 이현동이 그의 증손자다. 

날은 좋은데 물에서 올라온 수증기가 마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한 방울, 한 방울 모인 물은 크고 작은 물줄기를 만들고 물의 여정이 시작이 된다. 그러다가 이렇게 크게 담기기도 한다. 논산에도 크고 작은 저수지들이 있지만 탑정호가 가장 크다. 

탑정호의 모든 도로는 40km라는 시속 제한이 있다. 그 정도의 속도로 돌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밖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속도이기 때문이다. 빠를수록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은 법이다. 

탑정호 수변 둘레길은 코스별로 안내가 되어 있다. 하늘호스길과 대명산 일출 길, 세계문화유산 역사탐방길, 사계의 솔바람길, 물빛 노을 길, 박범신, 사색의 길 등이 있는데 종주하면 19km로 약 8시간이 소요가 된다. 

탑정호의 갑문이 있는 곳과 탑정호 출렁다리가 있는 곳에는 색다른 콘셉트의 카페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예전에는 개성이 있는 카페들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개성 있는 카페들은 여행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멀리 계백장군의 상이 보이는 탑정호의 수문이 보인다. 저곳에도 빛으로 만들어진 시설이 설치가 되어 있다. 이렇게 실제로 보이는 것과 가상공간으로도 탑정호는 만나볼 수 있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 '제페토'에 논산시 지역 명소인 '논산시 탑정호 출렁다리 및 수변생태공원'을 가상공간으로 만들고, 참여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던가 메타버스와 같은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은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탑정호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 전체적으로 안정화되고 있는 형태로 탑정호라는 곳은 이제 주말이 되면 오가는 차량으로 인해 차량정체가 될 지경이다. 그래서 곳곳에 주차공간을 만들어두고 있다. 

우리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우리의 방식대로 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다. 아주 작은 미묘한 변화라던가 미세한 변화에서 오는 색다른 의미 같은 것 말이다. 탑정호의 수문의 아래로 내려와 보니 적당하게 흘러내려오는 물길이 유달리 자연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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