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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3. 2021

카페의 색깔

한 번 여행처럼 방문해보았습니다. 

고령은 넘치는 고분들과 한적함을 간직한 도시다.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고 싶었지만 사는 곳이 먼 곳이라서 자기 차량을 이용해서 고령으로 왔다. 들뜬마음에 잠 한숨 못 자고 오면 생명에 위협이 느끼기 때문에 최대한 잠을 자고 안전 운전하면서 이곳으로 왔다. 다른 대도시처럼 잠든 거리가 눈을 뜨는 일이 없는 고즈넉한 도시라서 낮에 방문하는 것을 권하는 곳이다. 정오가 되었는데 사람들은 어디로 밥을 먹으러 갔는지 보이지 않아서 잘 찾아서 요기를 했다. 

식사를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카페를 찾기 마련이다. 목마을 때는 물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지역에 자리한 카페에서 음료 한 잔쯤은 꼭 주문해서 먹는 편이다 추운 가을 탓에 한 낮이면 10도를 살포시 왔다 갔다 하며 기온이 치솟던 10월의 어느 날 카페의 안으로 들어가 본다. 

음료를 주문하고 위층으로 잠시 분위기를 보기 위해 올라가 본다. 약간은 어둡게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점심때를 넘긴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내게 인사를 했던 목소리는 여성분이었는데 역시 고령 하면 딸기라며 딸기가 들어간 라테를 주문했었다. 

위층에는 휴게실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 조금 독특해 보였다. 누굴 위한 휴게실이었는지 아니면 이 카페는 원래 2층 라운지를 휴게실이라고 하는지 생각하며 들어가 본다. 

누구의 취미인지는 몰라도 천체망원경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망원경이 있었다. 이때가 누리호 발사를 하기 전이니까 혹시 누리호 발사를 보기 위해 세팅을 해놓은 것인지 궁금해졌다. 

잠시 창가에 앉아서 밖의 도심도 없고 네온사인도 없지만 벼가 익어가는 모습과 초록색산 그리고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풍광을 바라본다. 이곳은 장소다. 장소를 프랑스어로로 말하면 로카리테인데 일상 속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크지도 작지도 않는 저 인디언 텐트에서는 누가 들어가서 있을까. 캠핑을 하려는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증숏을 남기고 나오는 정도나 정말 달달한 연인끼리 잠시 그 안에 들어가서 있을 정도의 공간이 아닐까.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야외 테라스는 그래도 조금은 운치가 있어 보였다. 가운데 파라솔도 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비를 막을 수 있는 용도까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잠시 고령의 한적한 곳에 자리한 카페의 모습을 보면서 쉼을 청해 본다. 주문한 음료를 나왔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잠시 더 있으면서 고령의 논밭을 바라보니 수확하실 분들의 노고를 생각해야 하는지 기쁨을 생각해야 하는지 잠시 교차해보았다. 

고령의 딸리가 밑바닥에 깔리 음료다. 실제로 이걸 먹어보니 딸기의 알이 커서 좋기는 한데 너무 커서 흡입력이 좋아야 했었다.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얼음이 녹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마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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