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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4. 2021

마을, 풍경을 보다.

대둔산 길목의 도원마을, 거먹 바위의 경천리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마을에서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웃과 대화하는 경우가 많지가 않다. 가장 많은 교류가 일어나는 세대는 노년층 세대로 아파트 광장 등에 모여서 그날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때론 물물교환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른 세대들은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공동체가 아닌 개개인의 삶이 중심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오면 마을이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 공간들이 나온다. 

원래는 대둔산의 단풍을 보러 가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마을을 둘러보는 것으로 대신해보려고 한다. 사정 1리에는 도원마을이 있다. 도원이라는 이름에서 예상하듯이 복숭아와 관련된 마을이다. 복숭아라고 하면 장수라던가 평화로운 세상이 연상이 된다. 

도원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가상의 선경을 의미한다. 마을의 평온함만큼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것은 아니지만 대둔산을 오가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차량 속에  아름답다는 그 이야기를 벽화로 보여주고 있었다. 

도원마을의 복숭아는 개복숭아다. 백도, 황도 등 다른 복숭아 품종과 달리 크기도 작고 신맛이 강한 개복숭아는 기침과 천식에 도움이 되고, 몸속 노폐물과 니코틴 배출 등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일명 산복숭아라고도 불린다. 

보통은 달달한 백도나 황도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백도도 단단한 것이 있고 조금은 물렁거리는 것도 있다. 한의학에서 개복숭아는 복숭아와 같이 도자(桃子)라 불렀으며 생진(生津) 기능이 있다고 했다. 비록 대중적인 인기는 조금 떨어질지는 몰라도 효능만큼은 복숭아보다 더 좋다. 

대둔산 수락계곡이 그늘이 잘 드리워져 있어서 휴양을 하기에 좋은 곳이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마을 근처의 얕은 물에서도 피서를 할 수 있다. 대신 깊은 곳은 표시를 해두었으니 그쪽으로 가지 않으면 된다. 

도원마을에 피어 있는 꽃밭과 나무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나무의 앞으로 피어 있는 갖가지 꽃과 이름 모를 풀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뒤의 자연이 배경이 되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아직은 대둔산의 붉게 물들지는 않았다. 현란하다는 색의 축제가 열리지는 않았지만 산도 붉게 타고 그 산을 비추는 물도 붉게 물들며 사람조차도 붉게 물든다는 표현이 아주 잠시 보일 때가 되었다. 

도원마을에서 조금 더 올라오면 거먹 바위가 있다는 검천리가 나온다. 거먹 바위라고 불리는 것을 보니 바위 자체가 검은색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검천리라는 공간은 독립영화인 저산 너머라는 영화에서 등장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라고 한다. 저 산너머의 그 산이 바로 검천리의 산이라고 한다. 

수락계곡에서 잘 관리가 되면 아래로 흘러내려오는 물도 자연스럽게 맑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이 맑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귀결이기도 하다. 

검천리는 그늘만 잘 만나면 쉬기에 좋은 곳이다. 멀리 보이는 대둔산이 손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수환 추기경은 어릴 때 이곳에서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자랐을지 궁금해진다. 

자리가 좋은 곳에 적당한 수령의 나무가 물가로 줄기를 드리우고 있고 옆에는 평상이 있다. 풍경 속에 방향이 있다. 어디를 돌아다닐 때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사람은 있지만 나침판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침판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나침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에서 잭 스패로우는 자신의 나침판을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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