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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30. 2021

재생(再生)의 가을

2021 창원 도시재생 박람회

정주여건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정주여건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들은 있다. 그 핵심은 사람이 살만한 공간이라는 의미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의식주가 충족이 되어야 한다. 옷이나 먹는 것은 직업이나 먹고살만한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집은 자신의 소득 수준에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살다가 떠나고 혹은 이사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는 세월을 머금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개발방식은 대규모 정주여건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농촌지역을 강제로 수용하는 방식의 택지개발 촉진법이나 기존 도심을 재개발하던가 노후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도시를 개발하는 방식에서 이해관계자와 각종 인허가를 제외한다면 깨끗이 밀어버리고 개발하는 것이 가장 쉽다. 그리고 콩고물이 많이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온갖 파리들이 꼬인다. 다른 곳에서 창출되어야 할 부가가치가 집이라는 꼭 필요한 정주여건에 사로잡혀 일반 사람들의 돈을 매우 합법적(?)인 방법으로 착취한다. 국민을 위하는 척하는 정치인, 바른말을 하는 척하는 언론인, 탐욕스러움을 경제논리 인척 하는 개발업자, 몇몇의 협작군들이 합쳐서 그럴듯하게 도시를 탈바꿈한다고 한다. 

오래간만에 전국단위에서 박람회가 진행되는 공간으로 왔다. 2021 대한민국 도시재생 산업박람회는 현재 창원시 마산 해양도시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마산 해양도시는 현재 빈 공간이지만 이곳은 창원 특례시에 발맞추어 해양도시로 만들기 위해 바다 위에 만든 육지 공간이다. 도시계획을 해보았지만 도시를 개발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 만드는 것이 가장 수월하고 쉽다. 이해관계도 없기에 도시계획을 세우기에도 편하다. 반면 도시재생은 쉽지 않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기존에 살던 사람들과 새롭게 들어오게 될 사람들과의 조화 속에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 도시재생 박람회는 도시가 바뀌어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자리다. 보통 개발은 평탄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개발 과정을 거쳐서 새로운 성을 쌓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도시재생의 가치는 거기에 있지 않다. 새로 짓는 것보다 재생하여 도시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경쟁력 있다는 것을 찾는 과정이다. 

어떤 길을 갈지에 대해서는 선택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도시재생은 오래된 가치의 중요성을 보완해주는 것으로서 상실된 도시 일부분의 구조적 기능이 대체되어야 할 경우에만 가능할 수 있다. 

단 2년이 지났을 뿐인데 탄소경제를 비롯하여 오래갈 수 있는 도시,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주류가 되었다. 모든 것을 부수고 새롭게 개발하는 것은 엄청난 탄소를 유발한다. 사람들은 코로나19 백신의 위험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으로 생각하고 우리가 사는 공간의 탄소경제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위협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후자가 훨씬 우리 현실에 가까이 와있다. 

도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세대를 이어가며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도시재생은 균형을 갖고 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속에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이는 것을 생명의 리듬을 회복한다는 것을 연상할 수 있다. 푸르른 자연을 만끽하고 넉넉한 품을 선사해주는 숲처럼 도시 역시 그런 작용을 한다.  

오늘날 사람들이 꿈꾸는 '완전한 서비스'라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불편하고 시간을 들며 불쾌한 모든 것들을 제거한 편리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도시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변하지만 사랑과 깊은 소망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만을 탓할 수는 없지만 서울 및 수도권 쏠림은 큰 문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숫자의 논리에 의해 수도권은 아주 촘촘히 교통망이 만들어지고 많은 국가예산이 투자가 된다. 그런 좋은 정주여건 속에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기업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반면 지방은 미래 수요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 예비타당성조차 통과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아주 단순한 회귀분석에 의해 분석해봐도 타당성이 없는데 대규모 개발이라던가 지하철 건설이 쉽겠는가. 근시안으로 바라보는 정치인들은 인기영합적으로 미래지향적이지 않는 예산을 가져와서 생색을 내려고 한다. 

수많은 도시가 참여한 이곳에서 도시재생 기술과 정책을 공유하는 자리로, 사례 발표회와 공모전등을 볼 수 있었다. 도시, 자연, IT, 미래, 사람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도시재생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도 다시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준다. 

그렇게 돈을 이야기하고 갈망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쳐주는 부모가 없는 한국은 참 묘한 나라다. 여행을 하면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보면 돈이 메인 주제가 되는 경우가 많지가 않다. 한국은 돈, 아파트를 매일 떠들면서 정작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국의 곳곳을 다니다 보면 도시마다의 특성을 보게 된다. 도시재생은 초기단계는 노후주거지와 쇠퇴한 구도심을 지역 주도로 활성화하여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으로 물리적 환경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나아가서는 정맥에서 피가 모세혈관으로 나아가듯이 사람이 사는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도시재생의 단계적 전환이다. 

모든 것이 서두르지 않지만 멈추지도 않고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두르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늦게 간다고 해서 멈춘 것은 아니다. 

도시재생이 의미가 있어지기 위해서는 공간에서 사는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공동체의 삶을 위해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재생과 노화를 반복하면서 삶을 유지한다. 그 패턴이 짦아졌다고 해서 모든 것을 리셋할 수는 없다. 도시 역시 그렇다. 살아 숨 쉬는 도시는 가치를 재해석하면서 재생하는 것이 미래의 길이며 현명한 대안이다. 


2021 도시재생 산업박람회

기간 : 2021.10.27(수) ~ 2021.10.30(토)

장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SETEC (온, 오프라인 동시 개최)

요금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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