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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30. 2021

바람이 불어오는 곳

하동 섬진강가의 노을 져가는 풍경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가을이 있다. 

가을이 있는 곳에 흘러감이 있다. 

흘러감이 있는 곳에 풍경이 있다. 

풍경이 있는 곳에 시간은 잠시 사라져 간다...


하동의 섬진강은 전국에 있는 강 중에서 가장 서정적인 강이다. 한강과 낙동강은 너무 도시적인 느낌이 들고 금강은 백제의 색이 강하고 동진강이나 만경강은 젖줄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생각난다. 섬진강은 다른 곳과 달리 서정적이면서도 조용히 흘러가는 느낌의 강이다. 

하동읍에서 섬진강을 만나기 좋은 곳은 송림공원이지만 하동문화예술회관이 자리한 곳에서도 하동 섬진강을 만끽하기에 좋다. 

해가 이제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어서 강가에 심어진 나무들의 단풍색이 더 짙어 보였다. 빛의 색감이 확실하게 다르게 느껴진다. 빛의 시간으로 8분 15초라는 시간을 날아서 온 태양의 빛은 마지막으로 물체에 부딪치고 나서 사라진다. 그리고 우리의 시야에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보여준다.  

이곳에 오면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섬진강을 찍은 사진들이다. 오랜 시간 시간을 들여서 사진을 찍으면 확실하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잔잔하지만 조용하게 흘러가는 섬진강은 마치 짙은색이 물든 비단을 앞에 깔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마치 물속에 은어가 있을 것만 같다. 은어는 바다에서는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며, 봄이 되면 몸길이가 7㎝ 정도로 되어 다시 하천으로 올라가 성장하는 1년생 어류다. 하동의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이니 생태학적으로는 조건이 좋다. 

이곳에서 열심히 걸어서 위로 올라가면 섬진강의 유명한 평사리공원이 나오는데 11km 정도 걸어야 하니 반나절은 족히 걸릴 듯하다. 아래쪽으로는 조금만 내려가면 송림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그렇게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는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지만 하동에 워낙 좋은 풍경이 있는 곳이 많아서 이곳은 거주하는 분들에게 동네 공원과 같은 곳이다. 

공원에 있는 사진도 보고 물들어가는 단풍도 보고 섬진강가의 가을도 바라본다. 자연과 생태가 살아 있는 섬진강은 전라남도와 경상남도가 같이 공유하고 있어서 때론 경상남도의 이야기로 풀리기도 하고 때론 전라남도의 이야기로 거론되기도 한다. 

잠시 멀리 산에서 비추어지는 햇살의 흐릿함과 함께 바다처럼 짙푸른 푸른색의 섬진강 그리고 강변의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다. 

사람들은 혹은 사회는 특정 활동마다 걸맞은 나이를 정해두는 경향이 있다. 인위적인 자아의 요구에 의해 당장 무언가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자연스럽게라는 말이 나오는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극적인 성공을 꿈꾸지만 어떤 분야든지 간에 단계 밟기를 통해 자라난다. 오늘도 하루 계절 밟기를 하듯이 나아갔다면 내일은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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