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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30. 2021

빛을 향해

탑정호 수변산책로에 비추어진 햇빛

빛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밝음을 지향하는 것과 같다. 사람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치유의 가능성은 닫혀 버리게 된다. 괜찮지 않으면 괜찮지 않은 것이다. 왜 괜찮지 않은지에 대해 알고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만들어야 한다. 보통 스트레스를 받거나 나쁜 기억을 잊어버리기 위해 자극적인 것에 혹하게 된다. 술이나 담배 같은 것이 해당이 된다. 그런 것은 임기응변일 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육체를 힘들게 한다. 긍정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지만 귀찮다. 글을 읽는다던가 미술을 하고 식물을 키우는 것 등이다. 이런 것들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쉽게 포기한다. 

이곳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탑정호의 수변산책로로 종점까지 3km에 불과하다. 탑정호 수변생태공원이나 탑정호의 입구의 변해가는 모습과는 다른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심지어 주차공간도 많이 없다. 대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나름 주차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태양을 보기 위해서 이곳으로 발걸음을 했다. 빛을 향한다는 것은 상당히 편안했던 느낌이나 사랑스럽고 행복한 느낌을 떠올리는 것과 같다. 

억새가 바람에도 잘 버티고 있다. 억새풀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끔은 알려주기도 한다. 베트남의 스님이기도 한 탓낫한 스님은 '화'라는 저서에서 분노를 갓난아기에 비유했다. 갓난아기를 잘 보살펴야 하는데 오히려 못된 아이 혹은 외면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수변산책로에는 쉼터와 공간 그리고 다양한 생물과 식물이 공존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어딘가에 월동을 준비하는 개구리는 있지 않을까. 탑정호 둘레길에는 인문학 공간들이 있다. 서원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김장생의 돈암서원과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터벅터벅 걸어야 하나. 뚜벅뚜벅 걸어야 하나. 저벅저벅 걸어야 하나. 걷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표현하는 것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 한국말은 영어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 걷는 것에도 이렇게 다양한 느낌을 넣을 수 있다. 역시 영어는 단순한 언어다. 

빛이 보인다. 해가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같은 태양이 내일도 저 반대편에서 오를 것이다. 태양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분명히 필자가 본 태양이 올라올 것이다. 

10월 30일 개최 예정이었던 ‘탑정호 출렁다리와 함께하는’ <제25회 논산사랑 걷기 대회>가 내달 초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11월 20일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뭐 마음 편하게 걷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바람을 노래하는 억새라는 소리가 있는데 이곳에서 한 30초쯤 머물러 보았는데 노래는 하지 않았다. 물론 필자가 좋아하는 노래 스타일이 있어서 그 노래를 불러보지 못한 경험치 때문일 수 있다. 다음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줘야겠다. 언젠가는 들려주겠지. 

사람이 많이 통행하는 곳이 아니라서 조성된 길에는 잡초도 많다. 들풀이나 꽃도 아무렇게나 피어 있다. 자연은 규칙적인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빛을 향해 열심히 걸었더니 눈이 시리다. 역시 태양은 오랫동안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돌아가는 길에 길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빛은 비추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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