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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31. 2021

가을 선율

대전향제 줄풍류 정기연주회

하루하루 설레는 선율의 말이 있다면 어떻게 말을 할까. 일반적으로 선율은 그냥 음악이 자연스럽게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선율 속에서 많은 것을 기억하고 느끼고 생각한다. 똑같은 음이 반복되는 것은 경고음이지 선율이 아니다. 선율은 음계를 가지면서 음역을 가지고 있는데 잔잔하게 혹은 빠르고 격정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상승, 하강을 반복하면서 음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 선율이다. 


풍류는 옛날 사람들이 즐겼던 옛날의 음악이 아니다. 물론 요즘에는 국악과 관련한 프로그램도 많이 나온 것도 환영할만하다. 국악이기 때문에 경건한 분위기에서 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굳이 한복을 입고(물론 알겠지만) 오지 않아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오래간만에 우암사적공원을 찾았다. 각종 국악기로 하는 공연을 많이 보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이제 겨우 줄 뜯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터라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한 사람의 시간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나이가 젊던 나이를 먹었든 간에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적이다. 올해의 가을느낌과 내년의 가을느낌은 또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의 태양이 얼마나 뜨거운지 낮에는 반팔을 입고 있어도 괜찮을 정도다. 대전향제줄풍류란 대전이라는 지역에서 내려오는 고유의 음악으로 하는 풍류다. 풍류는 바람 ‘풍(風)’자와 물 흐를 ‘유(流)’자가 합쳐져서 된 풍류라는 말은 단순한 바람과 물 흐름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각해야 한다. 대전 아니 회덕에 내려오는 선비들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줄풍류라고 하는 것은 현악기를 중심으로 전해지는 것인데 중동지방의 악기로 십자군 원정 때 유입되어 유럽 각국에 널리 보급된 악기였던 양금, 거문고, 가야금 등의 현악기가 중심이 되고 대금, 해금, 단소, 장구 등이 따라 연주하는 형태라고 한다. 

전에도 여창가곡을 들어보았지만 '바람은'이라는 가곡은 만나기로 약속한 임이 궂은 날씨 때문에 오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심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노래라고 소개가 되어 있는데 익숙한 리듬이 아니라서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영어보다도 잘 안 들렸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세환입, 여창가곡(우락), 염불, 타령, 서용석류 피리산조, 여창가곡(편수대엽), 출강, 뒷풍류등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중에 대전청소년국악관현악단 거문고의 음악은 선율의 다이나믹함을 보여주었다. 거문고라고 하면 "청산~~~"이렇게 갈 것 같은 느낌인데 새롭게 각색하였다. 

이날은 가야금을 연주하는 분의 손모양만 보였다. 그냥 자연스럽게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거문고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악기라서 그런지 조금은 손놀림이 달라 보였다. 

역시 청소년들이라서 발랄하다. 계절은 가을이지만 이들에게는 봄일 것이다. 거문고가 저렇게 쓰일줄은 몰랐다. 거문고가 갑자기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악기로 변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전통 풍류이기도 한 대전향제 줄풍류의 연주로 옛 조선시대의 풍류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대중에게 반발자국 정도 다가간 시간이다. 

가을 선율이 눈에 보인다면 색이 있을까. 가을 단풍은 선율아래 알록달록하지만 고요하다. 산 너머 하늘까지 파랗게 물들면서 그 아래의 나무는 하늘과 달리 붉디 붉다. 가을의 선율은 그렇게 전혀 달라 보이지만 다르게 흘러갈 것이다. 

대전지역(회덕 혹은 진잠)에서 선비들이 공부하는 여기에 수신과 풍속교화를 목적으로 즐기던 것이 대전향제줄풍류라고 하는데 우암 송시열은 얼마나 즐겼을까. 동춘당 송준길과 교류가 있었지만 다른 길을 걸었던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10월 마지막 날의 선율을 흘러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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