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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가을

칠갑저수지의 가을을 바스락바스락 걷기

마음속에 가을을 그린다면 어떻게 그릴 것인가. 어떤 사람은 윤곽선조차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이미 채색까지 끝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을을 잘 그리는 것은 가을을 많이 본 사람이 더 수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있다. 가을은 형상화될 수도 있고 그냥 이미지로 남을 수도 있다. 절기 차원에서 말할 수도 있고 온도 변화에 따른 자연의 모습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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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자연휴양림은 코로나19의 확진자의 격리 장소로 사용되었기에 2년 동안 방문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옆에 자리한 칠갑저수지는 걸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가을에 가면 한적해서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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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바쁜지 칠갑저수지에 자리한 데크길의 나무들은 이미 상당 부분의 잎을 털어냈다. 숲은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있다. 자연의 힘으로 그늘과 여름의 푸르고 넉넉한 품을 선물해주지만 겨울에는 그늘을 줄 필요가 없어서 잎을 떨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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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길을 걷듯이 인생의 길을 걷다 보면 실수는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고 때로는 비틀거리게 된다. 그게 정상이다. 다시 중심으로 돌아와서 걸으면 된다. 생각을 하고 싶을 때는 너무 멀리, 너무 빨리 나아갈 필요가 없다. 인생은 마지막 한 시간을 위해서 오랜 시간 천천히 달리는 마라톤과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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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 비봉, 운곡, 청양 등 4개 읍·면에 682ha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칠갑저수지는 매년 농업용수 공급을 알리는 통수식을 하고 있는 곳이다. 보통 통수식은 상수도를 공급하는 곳에서 많이 하는데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에서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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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묘한 아름다움은 분명 단순한 즐거움에 있다고 생각된다. 여러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걷는 걸음마다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 나뭇잎들은 밟고 부서지면서 땅속의 거름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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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가 별로 안 내린 것 같은데 물은 충분히 칠갑저수지를 채우고 있었다. 북정맥의 국사봉과 금자봉 사이에 까치봉(416m) 헬기장에서 분기하여 남쪽으로 청양군과 공주시의 경계를 이루며 대덕봉(476.8m), 칠갑산(560m), 삼형제봉(546m), 마재고개 등을 만드는 것이 칠갑 지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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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맥이나 물줄기를 말하면 먼 이야기 같지만 지역마다의 생존하는 종들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아무르강 수계와 황하강 수계는 달라진다. 영동지방은 아무르강 수계의 지류이며 영서지방은 황하 지방의 수계의 지류다. 즉 지맥과 지류에 따라 적합한 존재들이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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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불러오는 바람이 칠갑호의 위쪽에 잔잔한 물결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칠갑사니 마을이 나오는데 칠갑산 아래 칠갑저수지 수변에 위치한 마을이다. 광대리 지역에 자리한 광대리 마을은 옛날에 광대가 많이 살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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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걸으면서 이쁜 낙엽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이쁘게 떨어져서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낙엽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사람의 관점일지도 모른다. 그냥 이제 쓰임새를 다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낙엽일 뿐인데 말이다. 손 안의 가을은 온도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붉은색의 마음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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