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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2. 2021

감각 터치

천장호 출렁다리의 가을학 개론

감각이 온전히 살아 있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축복이다. 좋은 느낌이든 안 좋은 느낌이 든 간에 감각을 통해 우리는 모든 것을 인지하고 느낀다. 다양한 형태로 터치를 하는 것이 사람이 사는 방식이다. 2020년에 드라마 촬영지중 천장호 출렁다리는 메이크업과 관련된 터치라는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곳이다. 여자는 많은 피부 터치 화장품을 사용한다. 파우더, 세럼, 크림, 글로우 쿠션, 모이스트 이펙터, 진정 크림, 아이라이너 등 어떤 의미에서는 매일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가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환경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역설적으로 더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먹고 마시고 바르느냐 등 생활 전반에 다양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열린 공간인 천장호 출렁다리도 운영시간에는 입장 전 발열체크가 필수적이다. 내 마음속의 아름다운 장소는 어디일까. 

그냥 가보고 싶어서 드디어 도착한 천장호는 가을의 여유로움이 느끼지는 곳이다. 하늘과 호수가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가끔 지저귀는 새소리를 음악 삼아 출렁다리로 내려가 보았다. 

담긴 물이 한치의 파동이 없이 고요해 보이기만 하다. 인간의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물이 각종 소리, 문자, 생각에 반응하게 된다. 경치에 물이 들어가면 사람이 평온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물은 수소 2개와 한 개의 산소가 결합되어 있다. 물의 결정이 비발디의 사계인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물은 이렇게 서로 다른 반응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물도 음악에 반응한다. 

천장호 출렁다리로 내려가는 길에 심어진 나무들은 상록수들이어서 푸르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운동을 할 때 숨을 쉬면 파동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사람의 생명(生命)이란 글자를 나누어 보면 ‘명’(命)이란 글자 안에는 두드릴 ‘고’(叩) 자가 들어가 있는데 두드린다는 것은 바로 진동을 의미하며 이는 다른 말로는 파동(波動)이라고 한다. 

이곳에 내려오니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인에게도 말한 적이 있지만 모든 에너지의 근본은 물이며 물은 의식과 기억을 품고 계속 순환한다. 

이곳은 드라마 터치의 촬영지였던 출렁다리로 위로의 장소로 그려졌다고 한다. 감각 터치를 하기에 좋은 곳이면서 시간이다. 모든 변화는 물에서 시작이 된다. 

아이들도 걷기 편한 숲길과 데크로드로, 넉넉히 두 시간쯤 걸리는 구간을 걸어볼 수 있다. 칠갑산에서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걷는 길이다. 간간이 물소리도 들어 볼 수 있다. 심호흡하면 향긋한 숲 내음이 가슴속에 가득 차는 것을 느껴볼 수 있다.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면서 가을의 변화를 느껴보고 드라마 속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감각 터치를 통해 자신만의 가을학 개론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다. 대신 가을학 개론에는 정해진 것은 없다. 


고요하게만 보였던 천장호가 이곳 출렁다리까지 와보니 파동에 의해 물그림자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화로 덧칠하듯이 여러 번 칠한 것처럼 불투명한 가운데 천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물은 포용력과 스며듬으로 인해 깊숙한 내면에 자리잡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변형되는 성질은 경외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물은 가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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