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존재 이유는 절망 속에 희망이 있기에...
어느 때부터인가. 대체 우주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기 시작했다. 특이점에서 시작해서 이론상으로는 거리를 잴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한 공간에서 조그마한 은하 계속에서 더 작은 태양계의 지구에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인간들은 대체 왜 생겨난 걸까. 가장 가벼운 원소 H는 무거운 원소인 O와 결합하게 될 때까지 수십억 년의 시간을 기다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 때문에 생명이 생겨났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짧은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 해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인간들의 문명이 만들어졌다.
살기 위해 혹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물을 마시고 음식물을 섭취하고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긴 안목에서 보면 어디에 살든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뭐 그렇게 의미가 특별하지 않다. 아주 조그마한 것을 가지고 계층을 나누려고 하고 상대방보다 더 우월해지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터널스라는 영화의 우주관 혹은 좁게 보면 지구의 세계관은 엉성하지만 생각할만한 메시지는 있었다. 마블 같은데 마블 같지 않고 존재 이유를 묻고 있지만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야 그 의미가 생겨난다. 감상하기에는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다.
우주가 처음으로 출발할 때의 그 점은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을지를 상상해보기가 힘들다. 물리학의 관점으로 보면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지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에너지의 합은 같다. 심지어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고 뛰어나디며 굴렁쇠를 굴린다고 하더라도 그 에너지는 어딘가에서 상쇄된다. 7,000년 전 지구에 온 태초의 히어로 `이터널스`의 여정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한 존재다. 영화를 보는 내내 7,000년이 얼마나 강조가 되던지 문명의 최초 출발점을 찾아보라는 메시지라는 암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힘을 가진 존재가 순수해지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태초에 무언가를 창조한 존재가 있다면 힘을 가진 존재는 인간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척이나 유약하면서도 감정적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에 무리를 이루어 계층을 이루려고 하는 때론 사악한 존재다. 종교로 대립하는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신념이 얼마나 취약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원전 7,000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시작으로 기원전 2,500년 경의 고대 바빌론, 기원전 1,521년 아즈텍 제국, 서기 400년 동남아시아 굽타 제국과 현재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모든 물질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의 세르시, 힘과 비행과 눈에서 슈퍼맨처럼 레이저를 쏠 수 있는 이카리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마라리, 손에서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는 킨고, 아테나처럼 잘 싸운다는 테나, 모든 기술에 대해 알고 있는 파스토스, 힘이 무지막지한 길가메시, 치유능력의 에이작, 사람의 생각을 움직이는 드루이그, 환상을 만들어내는 스프라이트까지 무언가 한계점과 함께 가능성을 열어둔다.
영화는 이들이 영원한 삶을 사는 것처럼 그렸지만 인간처럼 눈물을 흘리고 감정을 느낀다는 것에 대해 별다른 설명은 없다. 그냥 같이 살다보니까. 그렇게 되었다는 정도로 이해가 되려나. 이들을 어떻게 죽일 수 있는가에 대한 설정도 모호하기도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탄생과 죽음은 정반대의 측면에 서 있는 것 같지만 결국 같은 것이다. 탄생이 없으면 죽음이 없고 죽음이 없으면 탄생도 없다.
그렇게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현명해지지 않은 그들을 보면서 인간이 어떤 의미에서는 우월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적인 힘이나 능력으로는 월등할지 몰라도 진화할 수 없는 그들은 7,000년 전이나 2021년이나 똑같은 모습이다. 한결같아서 좋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은 유한하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깨달으려고 하는 탁월한 존재이지만 스스로의 욕망에 의해 서로를 망가트리는 존재이기도 하다.
마블은 확실하게 한국이라는 시장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모양이다. 한국스타일의 포스터를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을 보면 남달라 보인다. 영화 속에서 타노스를 비롯하여 어벤저스와 시리즈가 끝난 것을 언급하긴 했지만 어벤저스 시리즈의 지류를 형성할 수는 있어도 주류가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이제 캐릭터 한 명의 스토리뿐만이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스토리텔링을 기대하고 보는 시대에 와 있다. 캐릭터 개개인의 스토리텔링은 부족했지만 능력은 잘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