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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9. 2021

노을을 읽어가다.

서산 해저 무는 시간의 창리포구

사람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혜가 필요하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그 속에 있는 물고기가 연상이 될 때가 있다. 사람의 진화 역시 먼 옛날에 물고기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비슈누의 아바타르인 물고기 마츠야의 가르침은 수백 년 뒤에 마츠야 푸라나라는 명칭으로 사티야브라트의 법은 마누법전으로 알려지게 된다. 산스크리트어로 인간을 마누사라고 하는데 이는 '마누의 후손'이라는 뜻이다. 

서산에 가면 서산 B지구 방조제를 지나서 바로 우회전하면 창리포구라는 곳이 나온다. 가을에 모든 곡식을 거두고 나서 이곳으로는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온다. 그래서 뒤편에는 서산 버드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간월암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비슈누는 깊은 바닷속에서 지혜의 책 베다를 되찾고, 인류의 법을 제정하는 이에게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물고기로 화신 했다고 한다. 서해의 '바다목장'이라 불릴 정도로 해산물과 물고기가 많이 잡히던 창리포구는 1980년대 서산 AB지구 방조제 간척 사업으로 인해 옛 모습을 잃어버린 곳이다. 

한적한 곳에서 한적하게 노을을 보고 싶다면 서산의 창리포구를 찾아가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창리포구에서 직선거리로 약 1km쯤 되는 곳에 토끼섬이 있다. 토끼섬의 주소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 산 64에 자리하고 있는데 배가 있다면 잠시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창리포구에서 해가 저 건너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해가 너무 빨리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낮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낮시간이 짧아지면 풍경을 보는 것도 어느 곳을 가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이렇게 조용한 마을이지만 창리포구에는 수백 년의 전통을 이어온 당제가 있었다. 매년 정월 초삼일[음력 1월 3일] 상당(上堂)인 산제당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내려와 하당(下堂)인 영신당과 장승, 샘 등을 돌며 각각 성대한 당제를 지냈던 곳이다. 

배를 접안할 수 있는 곳에는 적지 않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배들 위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보인다. 간혹 기러기와 갈매기가 헷갈릴 때가 있다. 기러기는 장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철새고 갈매기는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머무는 새다. 혹시 배를 타고 조난을 당했을 때 갈매기가 보인다면 육지가 가까이 있다는 의미이니 희망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마리나 항만은 해양수산부에서 10년 주기로 계획하는 마리나 항만 기본계획에 고시가 되어야 개발이 가능한데 충청권은 왜목, 원산도, 안흥, 창리 등 10곳으로 해양관광과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들이 대상지로 확정되었다.

비록 지금은 배가 없지만 어선은 가끔 빌려서 탈 수는 있다. 마리나 선박은 유람, 스포츠 도는 여가용으로 이용하는 선박을 포함한다. 그중에 카누나 카약도 있는데 그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노을이 지는 풍경 속에 하늘이 도화지를 제공하고 구름이 수를 놓으며 지는 해가 색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해는 내일 다시 뜨긴 하겠지만 이제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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