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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인문학

김제의 망해사는 바람이 불어 추웠다.

질문을 받는 사람은 질문을 하는 사람만큼만 똑똑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추측할 수도 있다. 질문 중에 비교적 명확한 것이 있다. 한국같이 계절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지역에서는 사계절 중 어떤 계절이 좋냐고 물어볼 수가 있다. 중동의 사막에 가서 어떤 계절이 좋으냐고 묻는 것이나 적도의 열대지방에서 어떤 계절이 좋으냐고 묻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계절이 있기에 한국은 더 다채롭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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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망해사를 찾아왔을 때는 망해사의 경내까지 차를 끌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 갔더니 입구에서부터 막아서 차를 세우고 걸어서 들어가야 했다. 가을 분위기도 만끽하고 주변 풍경도 보고 좋기는 한데 왜 이리 추워졌는지 북극에서나 입는다는 그런 패딩을 준비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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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사가 보이는 이곳에는 은행나무잎과 은행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었다. 노란색의 길이 망해사로 들어가는 옐로 카펫을 만들어주고 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것이 사람의 감성이며 생각이다. 어떤 사람은 계절마다 무언가를 준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계절에 따라 감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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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사는 754년(경덕왕 13) 법사 통장(通藏)이 창건하였다는 설과 642년(의자왕 2) 거사 부설(浮雪)이 창건하였다는 설이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칠성각, 요사채로 사용되는 청조헌(聽潮軒)·낙서전(樂西殿)이 남아 있다. 진묵대사가 지은 낙서전(樂西殿), 대사가 심은 팽나무가 여전히 푸르고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곳인 망해사는 바람이 정말 많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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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지금도 시간과 공간은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시간과 공간은 따로 논할 수가 없이 함께 움직이기게 된다. 팽창하는 공간 속에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그 시간은 어딘가에서는 계절을 만들고 어떤 곳에서는 천천히 흘러가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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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들이 이곳을 오랜 시간 지키고 있다. 망해사의 건물들 사이에는 여유가 있어서 좋다. 만물을 제대로 표현하게 되면 세상의 뜻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인생에도 시작점이 있는데 불교에서는 이를 태어나기 전에서 지금으로 초기화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전생이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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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계절의 태엽이 한 번 감기면 사람의 인생이 시작이 된다. 태어나고 나서는 다시는 시간의 태엽을 뒤로 감을 수가 없다. 태엽은 그냥 계속 풀려갈 뿐이다. 아무리 그걸 늦추려고 해도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섭리다. 계절은 반복되는 것 같지만 태엽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런 변화중 하나다. 시간의 태엽은 뒤로 감을 수는 없지만 각각의 사건들은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변화하는 계절 속에 어떤 의미 있는 사건을 만들지는 개개인의 몫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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