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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송정 (九松亭)

예민한 감수성으로 바라볼 때 무엇이 보일까.

온 마을에 사과가 익어가고

익은 감이 떨어지는 11월에는

아래에 떨어진 낙엽들만이 공간을 채운다.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나무들 사이로

산골짜기에는 나무의 알록달록한 잎만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순창에 자리한 구송정이라는 곳에는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구송정은 중국의 같은 한자의 작품이기도 하다. 방경(方卿)이 사촌 누이인 진취아(陳翠娥)와 혼인을 하고 고난 끝에 입신양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순창의 구송정은 1975년 서호 마을 주민들이 정성을 세운 것으로 이미 있었던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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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이제 채 반도 남지 않았다. 반이 안 남았지만 그런대로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변화를 보고 있다. 남산이 뒤에 있고서 호리의 오수천이 휘어 감아 돌아가는 곳에 구송정 체육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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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천이 묘하게 구송정을 마치 섬처럼 휘어 감아 돌아가고 있는 이곳에 정자가 자리한 것은 조선 숙종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서호 마을에 살던 70세 이상의 노인들이 구노회를 결성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구노회란 같은 고장에서 장수를 누린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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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살았던 노인분들이 시문과 서예, 만담과 시창 등에 예능을 가진 분들이 이곳에 모여서 오직 자연을 벗 삼으며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달 밝은 밤, 물에 비친 노송의 모습만으로 세상의 변화를 보면서 살았던 분들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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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야영이나 취사가 금지가 되어 있다. 가람 누리길도 이곳에서 걸어볼 수 있는데 체계산까지도 가면 가을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가람 누리길은 오수천을 걷는 길로 구송정에서 마실 쉼터까지 이어진다. 아직 체계산의 출렁다리까지는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가볼 시간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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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면 어려운 일을 피할 수 있고, 작은 구멍을 열심히 메우면 면할 수 있다고 한다. 매일매일 한 걸음을 나아가는 것은 그만큼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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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소나무들이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서로의 간격을 두고 이곳에서 구송정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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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송정의 한 켠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유공자기념탑도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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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풍부한 상징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은 스스로를 생명력의 상징인 나무와 동일시 해왔다. 나뭇잎에는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유연성이 있으며 줄기에는 강풍을 견디는 저항력이 있다. 유연함과 강인함, 뿌리내림과 펼침을 하나로 보여준다. 힌두 신화에서는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풍요의 나무 갈라브 릭사가 등장하는데 하늘과 땅의 균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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