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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8. 2021

시간의 석불

삼국시대에 가장 오래된 예산화전리사면석불

역사 속에서 시간의 연대기는 마치 명확한 순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임라인을 그려본다면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은 정말 인지가 되는 것일까. 때론 모호할 때가 있다. 시간이 있기에 우리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지금까지 문명의 기반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래도 글을 쓸 때는 팩트가 되는 시기를 써야 할 때가 있다. 예산에 가면 삼국시대에 가장 오래된 석불이 있다. 

그 어떤 석불보다 오래되었다는 예산의 화전리 사면석불을 만나보기 위해 걸어서 올라가본다. 사면석불은 말그대로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석불이다. 석불은 많이 보았지만 사면으로 부처가 있는 석불은 많지가 않다. 

이곳을 올라가면 만나볼 수 있는 사면석불의 제작시기는 태안마애삼존불상보다는 다소 앞선 6세기 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1983년에 발견된 것으로 당시 도괴되어 땅에 묻힌 상태여서 많이 손상되어 있었는데, 특히 직접 보면 알겠지만 서면상은 마멸이 가장 심해 알아볼 수 없다. 

이곳은 검색을 해도 잘 나오는 곳이 아니다. 차량의 네비에 입력을 하면 엉뚱하고도 먼 곳을 안내해줄 가능성이 높으니 잘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먼저 설명을 접해본다.  이 사면석불에 표현된 배 아래로 늘어진 옷 주름은 두터운 층단형으로 표현되었다든가 대좌 위에까지 늘어진 치마가 좌우로 강하게 뻗쳐 있는 특징들은 7세기 불상에서는 볼 수 없는 고식적 요소라고 한다. 

전각이 사면석불을 보호하고 있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땅속에 묻혀 있었던 보물이다. 반듯하지 않은 석주의 가장 넓은 면에는 사면불의 본존으로 보이는 불좌상이, 나머지 면에는 불입상이 조각되어 있다.

사면석불의 형태가 잘 남아 있더라도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월의 흔적 앞에서는 그 무엇도 자유롭지 않은 듯하다. 전체적으로 선이 좀 명확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불신이 길쭉하고 볼륨감이 많지는 않은데 자연 석위에 두텁지 않게 표현해두었다. 불상의 대의의 옷 주름선이 매우 깊고 날카로운 평행선으로 되어 있어 다른 백제 불상들에 비해 강건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좀 독특하다. 

사방으로 한 바퀴 돌아가면서 석불의 모습을 살펴본다. 3면의 불입상은 거의 같은 모습인데, 발견 당시 땅 위에 노출되어 있던 서면을 제외하고는 머리와 양손이 없다. 

사면석불이 자리한 예산의 화전리는 말 그대로 꽃밭이라는 이름이다. 꽃이 밭을 이루는 지역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어도 걷고 싶은 길은 꽃밭이기에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가장 오래되었다는 삼국시대의 석불은 이렇게 잠시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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