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Nov 26. 2021

작은 닭

그들도 조금 더 살고 싶지 않을까?

황교익 씨가 언급해서 큰 닭, 작은 닭 논란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그 사람의 음식평론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닭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분명히 아니다. 개인적으로 닭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닭다리만큼은 잘 먹는다. 어릴 때의 닭다리는 여러 번 먹어야 할 정도로 크기가 크고 쫄깃하기가 남달랐는데 지금의 닭다리를 보면 두 번? 뜯으면 바로 뼈를 드러낸다. 같은 가격에 작은 닭을 팔면 치킨업계에게는 훨씬 이득이 된다. 병아리 티만 벗은 것 같은 닭이 튀김용으로 사용된다. 


닭은 20년을 넘게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런 닭의 수명을 모두 지켜주는 것이 쉽지가 않겠지만 적어도 닭의 형태를 갖춘 닭의 성장까지는 지켜주는 것은 어떨까. 선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오래 산 닭이 질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1~3개월 정도까지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같은 가격에 만족감 있게 먹을 수 있는 닭의 성장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은 분명하게 상업적인 측면에서라고 볼 수 있다. 


상품성을 고려하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은 줘야 할 것이 아닌가. 소비자들이 선택했다는 그런 헛소리를 하면 누가 그이야기에 공감하겠는가. 그들이 그걸 파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뿐이다. 작은 닭은 그냥 작은 것이다. 작은 닭이 맛이 굳이 좋지는 않다. 연해서 맛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데 육질은 적당한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해야 맛이 좋다. 


돼지가 새끼일 때 잡아서 요리를 하는 것을 애져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애져도 먹어본 적이 있는데 딱히 그런 육질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그 형태가 온전하게 갖추어져 있기에 조금 부담감도 있었다. 동물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동물들도 자연 속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인간적이지 않을까. 


지난 20년 동안 닭의 크기는 꾸준하게 작아져왔다. 어릴 때 보았던 통닭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닭이 더 살기 실은 마음을 양계업계가 챙겨주는지는 모르겠지만 큰 닭이나 작은 닭의 맛은 큰 차이가 없다. 그냥 옛날보다 더 비싸졌는데 더 작아졌다. 희한한 변화일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리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