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산리의 대나무 숲 속의 사색의 공간
어떤 대상에 대해서 깊이 헤아려 생각한다는 것을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런 시간은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수많은 정보와 소리에 둘러싸여 있을 때 사색을 하기란 쉽지가 않다. 보통은 그런 것을 사색이라고 한다. 표현으로 보면 사색의 향기라던가 사유 혹은 명상이라고도 불리고 통찰하는 시간이라고도 한다. 양촌의 조용한 곳에 사색의 대나무 숲이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사색의 본질은 어떤 것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논산 양촌에서 살기 위해 이곳을 꾸미고 대나무 숲 사이에 아주 작은 예배당을 만들어 둔 사람이 있다. 카누를 타고 나갈 수 있는 호수는 이곳에서 좀 떨어져 있는 탑정호이다. 그렇지만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카누에 앉아볼 수 있지만 몸이 젖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가장 고유하면서도 그 형태를 알기 힘든 물과 같은 것 같다. 물속에 있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없듯이 우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찾아서 평생을 헤매는 존재일지 모른다.
이곳은 사진작가이며 자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과 카페를 구성해두었다. 카페는 굳이 들러보지 않아도 주변과 사진문화관도 돌아볼 수 있다. 논산에는 생각보다 적지 않은 작가들의 공간과 문화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잇길로 들어가게 되면 사색의 공간이며 작은 예배당이 있다는 곳으로 걸어가 볼 수 있다. 가는 길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해두었기에 찾는 것은 어렵지가 않다.
이번에도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본다. 대나무 숲은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대나무의 뿌리가 이곳저곳에 넝쿨처럼 연결이 되어 있어서 걸려 넘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 모든 뿌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대나무 숲의 특징이다. 그래서 지진이 났을 때 대나무 숲으로 가면 비교적 안전할 수 있다.
대나무 숲이라고 하면 무언가 혼자서 수련을 하는 그런 공간처럼 생각된다. 영화 속에서 대나무는 화살을 쏘는 재료로도 등장하기도 하는데 인류가 대나무를 이용한 역사는 대단히 오래되어 고대사회의 주요한 전쟁무기였던 활·화살 및 창이 모두 대나무로 만들어졌었다.
하늘을 한 번 쳐다본다. 쭉쭉 뻗은 위로 푸르른 대나무 잎들이 보인다. 대는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일컬어져 왔다.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하여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대나무밭은 보통 은거지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는데 몸을 숨기면서 사색을 하던가 세상의 삶을 잊기 쉬운 공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드디어 예배당이 있는 곳으로 왔다. 예배당은 혼자서 들어가기에 딱 좋은 공간의 크기다. 이런 작은 예배당은 옥천이라는 지역에 가서 본 기억이 난다. 그곳의 예배당보다 더 작은 크기다.
홀로 들어가서 앉아 있기에 딱 좋은 크기인데 주변을 돌아보니 조명이 보이지 않아서 조명을 따로 가지고 가야 할 듯하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예배당의 문에는 나비 문양의 문고리가 있었다. 이곳은 사진 찍기에 딱 좋은 느낌으로 많은 사진가들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한다.
작은 예배당을 보고 나오는 길에 대나무 바깥의 환한 빛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입구에 자리한 종을 쳐본다.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진다. 사색을 하는 것은 조용한 가운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지만 자신의 고착화된 생각 속에 경종을 울리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탐험하는 것 역시 철학의 발걸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