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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사무소

어떤 공간에서 일했나요. 옛 공주읍사무소

한참 에너지가 넘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이라는 것을 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일이기도 하다. 가치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나이가 든다. 나이가 들수록 더 삶에 매달리는데 놓는 법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건설적인 물러남은 세상에서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한 발 물러나는 것이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짐을 챙겨본 사람이라면 그 의미를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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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무실이라는 일터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일했기에 그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옛날에 공주읍사무소로 사용되던 곳은 모호한 전시공간으로 활용이 되다가 옛 공주읍사무소(국가 등록문화재 제443호)를 '근대 역사 탐방 공간'으로 새 단장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이렇게 바뀐 것이 더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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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여유가 있고 넉넉하면서도 근대적인 건축물의 색채를 잘 살려두었다. 옛 공주읍사무소를 역사적, 건축사적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원래의 모습으로 정비한 옛 공주읍사무소는 1923년 충청남도 금융조합으로 건립돼 1989년까지 공주읍사무소, 공주시청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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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공주시청으로 사용되었다니 의외였다. 시청의 건물로 사용하기에는 규모가 협소한데 당시에는 공주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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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사무공간을 재현해둔 곳이다. 마치 미스터 선샤인의 한 공간을 보는 느낌이다. 일하면서 쉼을 찾아서 차를 한 잔 마시고 다시 일하던 그날의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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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부서의 장의 공간이다. 옛날에는 대부분 한 공간에 부서의 장과 직원들이 함께 근무했다. 필자 역시 이 정도로 구분된 책상에서 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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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일을 할 때는 많은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전화를 하는 것도 지금 같은 방식이 아니었다. 다이얼식으로 돌렸는데 전화로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하루 업무의 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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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주판을 했던 기억이 난다. 1원이요, 2원이요, 10원이요 하면서 숫자를 계산했다. 무척 아날로그 스타일처럼 보이지만 오늘날의 계산기 및 컴퓨터의 모태가 되었다. 한국에서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었다. 영어로 '주판'을 뜻하는 abacus라는 말은 '먼지를 닦아내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ibeq(명사형은 abog로 '먼지'라는 뜻)와 같은 셈어(語)에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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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타자를 치는 업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숙련된 사람들의 타자 속도는 상당히 빨랐었다. 공식적인 문서를 처리할 때 그들의 도움은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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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계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기계는 수표 보호기로 어음이나 수표의 변조를 막기 위해 금액에 다른 표시를 할 때 사용이 되었다. 위조와의 전쟁은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건물이 지어진 것이 1923년이니 벌써 100여 년이 되어간다. 비대면으로 업무가 가능해진 2021년을 사는 지금을 과거의 사람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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