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해미성지를 찾아 걷다.
완벽한 것이라는 것이 세상에 있을까. 모든 것에는 균열이 있고 균열이 있기에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올 수가 있다. 빛이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기에 가는 것이고 마음에는 항상 균열이 있다. 삶은 모든 이에게 상처를 주며 그 상처를 어떻게 담는 것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진다. 해미순교성지는 오래간만에 다시 찾아가 본 곳이다. 말해보고 생각하고 느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고양이가 왜 필자를 보고 계속 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가 환영하는 속에 이곳으로 걸어 들어가 본다. 1866년(조선 고종 3) 병인박해(丙寅迫害) 이후 1882년(고종 19) 사이에 진행된 천주교 박해 때 충청도 각 고을에서 붙잡혀온 천주교 신자 1000여 명이 생매장당한 곳이 서산의 여숫골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는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무명자의 집도 만들어져 있다. 조선 말기 천주교 신자들을 해미읍성 서문 밖의 돌다리에서 자리개질 등으로 처형하였는데, 숫자가 너무 많자 해미천에 큰 구덩이를 파고 모두 생매장하였다고 전한다.
사람이 죽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혹은 죽여야 할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관점의 차이다.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커지면 그것은 폭력이 된다.
이곳에는 이름 없는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높이 16m의 '해미순교탑', 무명 순교자의 묘, 유해발굴지에 조성된 노천 성당, 서문 밖 순교지에 있던 자리개돌 원석이 보존되어 있다
여기에 놓여 있는 돌로 순교자의 허벅지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교황청은 지난해 11월 29일 해미순교성지를 국제 성지로 승인하고 선포 절차를 밟아왔는데 2021년에 국내에서 국제 성지 선포는 2018년 9월 서울대교구 순례길 뒤 두 번째며,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라고 한다.
세계 국제 성지로는 역사적 장소인 이스라엘 예루살렘·이탈리아 로마·스페인 산티아고 세 곳, 성모 발현지인 멕시코 과달루페·포르투갈 파티마 등 스무 곳, 성인 관련 순례지 여섯 곳 등이 있다.
고요의 시간이 서산 해미성지에 찾아와 있었다. 시간은 상대적이면서 때론 절대적으로 적용이 된다. 마음을 비추어줄 그런 시간과 기회는 그렇게 가볍게 혹은 무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