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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좋고 산이 있다.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순창의 요강바위

개인적으로 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새롭게 보고 깨닫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을 줄여서 요산요수라고 하는데 지혜 있는 자는 사리에 통달하여 물과 같이 막힘이 없으므로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의리에 밝고 산과 같이 중후하여 변하지 않으므로 산을 좋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꾸준하게 돌아다니기를 좋아한다. 이날은 순창의 요강바위라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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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바위와 용궐산 자생식물원을 가는 길에 잠시 구암정에 머물러 보았다. 이곳은 조선 전기의 인물인 구암 양배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누정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양배는 학문과 덕망이 높아 여러 차례 조정의 부름을 받았으나 벼슬길을 거부하고 사촌 동생 양돈과 함께 고향 만수탄에서 고기를 낚으며 은거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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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과 사이가 좋았던 양 씨 형제가 앉았던 바위를 배암과 돈암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양배는 벼슬길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를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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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가 좋고 계절감도 좋지만 물에 마음껏 빠질 수가 없는 것이 요즘이기도 하다. 이곳은 감성이 흘러가는 느낌의 섬진강이다. 감성의 끝에 서는 심정으로 잠시 바위 위에 올라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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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정에서 조금 더 올라오면 용궐산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곳에는 자생식물원뿐만이 아니라 치유의 숲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은 조금 늦게 간 덕분에 하늘길은 가보지 못하고 주변길만 걸어본다. 위의 산을 보면 데크길을 만들어두었는 데 따라 걷는 동안 절벽 아래로는 섬진강 뷰가 드넓게 펼쳐져 탁 트인 기분을 만끽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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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본다. ‘용의 뼈’라는 죽은 의미가 있었던 과거의 용골산(龍骨山)에서 좀 더 긍정적인 의미의 이름으로 바뀌기 위해 지난 2009년 4월 ‘용의 궁궐’을 뜻하는 용궐산(龍闕山)으로 명칭을 개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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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도 순창의 숨은 명소이기도 하다. 산도 아름답지만 주변을 흘러가는 섬진강의 고요한 물소리가 리듬감을 되찾아주는 것만 같다. 순창군은 섬진강 마실휴양숙박단지부터 현수교를 지나 용궐산까지 4km에 이르는 거리를 ‘반려견과 함께하는 우선 안심 걷기 길’로 선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을 걷다 보면 반려견과 관련한 안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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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바위를 보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오는데 한자로 요산 요강이라는 의미로 새겨진 암석을 보고 멈춰본다. 물을 좋아하는 것은 천성인 모양이다. 계속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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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요강바위에 도착을 했다. 모든 산은 언젠가는 사라진다. 물론 살아생전에 그 모습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오래된 침식의 과정을 거쳐서 바위를 만들고 이런 지형을 만들냈다. 요강 바위 같은 포트 홀은 1억 년 정도 물살이 지나야 생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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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역사의 흔적이며 세월을 그대로 머금고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바위들은 다양한 모양으로 장군목에서 구암정까지 약 5km가량 이어져 있다. 요강 바위는 둥근 구멍이 뚫린 순창의 명물로 한국전쟁 때 마을 주민 중 바위에 몸을 숨겨 화를 면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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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같은 것이 없다. 바위 표면이 이렇게 매끈하게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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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거침없는 것이 물일 것이다. 물은 그렇게 계속 흘러가면서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켜왔다. 매일 보는 물이지만 언젠가는 누군가를 거쳐 흘러가고 다시 흘러들어온다. 필자의 내면에서 주위에서 그리고 자신을 넘어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어디 있을까. 물의 흐름 속에 고요를 의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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